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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신현기]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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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0-08-05 오후 8:28:05 |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신 현 기 (단국대 특수교육과 교수)
두 천사가 여행을 하던 도중, 어느 부잣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거만한 부잣집 사람들은 저택에 있는 수많은 객실 대신 차가운 지하실의 비좁은 공간을 두 천사들에게 잠자리로 내주었습니다. 딱딱한 마룻바닥에 누워 잠자리에 들 무렵, 늙은 천사가 벽에 구멍이 난 것을 발견하고는 일어나 그 구멍을 메워주었습니다. 젊은 천사는 의아했습니다. "아니, 우리에게 이렇게 대우하는 자들에게 그런 선의를 베풀 필요가 있습니까?" 그러자 늙은 천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네." 그 다음날 밤 두 천사는 아주 가난한 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농부인 그 집의 남편과 아내는 그들을 아주 따뜻이 맞아 주었습니다. 자신들이 먹기에도 부족한 음식을 함께 나누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침대를 내주어 두 천사가 편히 잠잘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날이 밝았습니다. 그런데 농부 내외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그들이 우유를 짜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유일한 소득원인 하나밖에 없는 암소가 들판에 죽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젊은 천사가 화가 나서 늙은 천사에게 따졌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둘 수 있습니까? 부잣집 사람들은 모든 걸 가졌는데도 도와주었으면서, 궁핍한 살림에도 자신들이 가진 전부를 나누려 했던 이들의 귀중한 암소를 어떻게 죽게 놔둘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자 늙은 천사가 대답했다. "우리가 부잣집 저택 지하실에서 잘 때, 난 벽 속에 금덩이가 있는 것을 발견했지. 나는 벽에 난 구멍을 봉해서 그가 금을 찾지 못하게 한 것일세. 어젯밤 우리가 농부의 침대에서 잘 때는 죽음의 천사가 그의 아내를 데려가려고 왔었네. 그래서 대신 암소를 데려가라고 했지.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네.“
2014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지난 11개월 동안 여러분들에게는 어떠한 일들이 일어났었습니까? 억울한 일, 만족스러운 일, 서러운 일, 그저 그런 일… 그러한 일들이 나의 기준으로 해석된 일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 나아가 초월자의 입장에서 그 일들을 다시 생각해 본다면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11개월이 감사했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의 앞날을 우리 스스로가 알 수 없습니다. 아니 알 필요가 없습니다. 알 필요가 있는 일이었다면 일찍이 내가 믿는 신이 인간들에게 그것을 알도록 했을 것입니다. 모르는 것이 오히려 우리들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기에 모르게 하셨을 것입니다.
2014년은 연 초부터 지금까지 숨 쉬기조차 힘들었던 아픔의 연속이었습니다. 세월호의 가족들이 자식을, 가족을 잃고 호흡할 수 없어서 가슴을 치며 간신히 숨을 몰아쉬곤 했습니다. 그들은 살아야 할 이유를 몰랐고 또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몰라 암울한 순간을 터널처럼 보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될 때 우리 영혼은 고통을 겪습니다. 자신이 그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는 사실 앞에 망연자실합니다. 분노와 좌절, 절망에 몸과 마음을 쥐어뜯기에 온 몸이 상처로 만신창이가 됩니다. 우리가 저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기도만 합니다. 저들이 더 큰 것을, 전면이 아닌 이면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올리브나무가 비록 공주님의 화장대 위에 놓인 보석상자로 만들어지지 못하였지만 훗날 아기예수를 누이는 마구간 여물통이 되었듯이, 떡갈나무가 임금을 실어 나르는 커다란 배로 탄생되지는 못했지만 훗날 청년 예수를 호숫가 저편으로 옮기는 쪼그만 낚싯배가 되었듯이, 그리고 언덕 위에 독야청청 의연한 소나무로 자리매김 원하였지만 뜻하지 않은 우레로 인하여 허리 잘린 소나무 되어 장작으로 쓰일 날만 기다리던 중, 훗날 인류의 죄악을 홀로 짊어지고 다 이루었다 외치는 예수가 달린 십자가로 쓰였듯…
이 땅의 아픈 자들이 아픔을 품고 새로운 의미가 탄생되는 기쁨을 누리는 마지막 달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왜냐하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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