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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장애인 이야기-남경욱]이역만리에서 전해주는 삶의 노래 [참새들의 합창] |
사업영역 |
[활성] 장애인식개선사업 > [활성] 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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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간 |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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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0-08-05 오후 8:09:36 |
이역만리에서 전해주는 삶의 노래 [참새들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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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경 욱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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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국가들 중 하나인 이란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잘
아는 사람 또한 드문 것 같다. 아는 것들을 한 번 열거해보
자. 이란의 옛 이름 페르시아, 산유국, 이슬람교, 양탄자, 미
국과의 적대관계 정도... 그 이상은 떠오르지 않는다. 아참,
한국-이란 수교기념으로 명명한 ‘테헤란’로가 서울의 한복
판에 있지! 딱 여기까지인 것 같다.
비록 이란의 문화, 종교, 사회 어느 것도 제대로 아는 건 없
지만 그 쪽 영화가 제법 볼만하다는 얘기는 여러 차례 들은
바 있다. 그래서일까? 난생 처음 접한 이란 영화에 다소의
궁금증과 설렘을 느꼈다. 아랍어로 된 오프닝 자막이 오를
때는 신기함마저 들었다.
중년의 남성 카림, 그는 농장에서 타조들을 돌보는 일을 한
다. 어느 날 딸 아이가 마을의 폐저수조에 보청기를 빠뜨렸
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한 걸음에 달려간다.
카림은 오물 속에서 간신히 보청기를 찾아냈지만 이미 고
장난 상태였고, 설상가상으로 타조 한 마리가 탈출하는 바
람에 농장에서 해고된다. 이때부터 딸 아이의 새보청기 마
련을 위한 힘겨운 노력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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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시작하게 된 오토바이 택시와 배달 일은 기대 이상의 돈벌이가 되기도 했지만 검은 유혹으로도 다가왔
다. 철부지 아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마을 저수조를 정화해서 금붕어를 키워 팔겠다는 당돌한 도전을 하
는 것이다. (영화 포스터를 처음 보았을 때 아이들이 낙엽을 줍는 것으로 보았지만 사실은 아들과 그의 친구들
이 바닥에 떨어진 금붕어를 줍는 장면이다.) 하지만 사업이란 것이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있겠는가? 카림 역시
가족을 위해 발버둥치다 중상을 입는다. 그러던 중 옛 동료로부터 타조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농장으
로 달려간다. 카림은 아무 생각없어 보이는 타조한 마리의 화려한 자태를 바라보며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짓고
여기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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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모습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한
개인이, 그리고 한 가족이 사는데 있어 중요한 가치는 다르
지 않은 듯 싶다. 성질 꽤나 고약할 것 같은 외모지만 아내
와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는 남편, 한 없이 베
풀기만 하는 마음씨 고운 아내, 아버지가 다치자 들을 수
있는 척하며 안심시키는 딸, 하나 뿐인 주스를 아버지에게
내미는 어린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현재 우리들의 자화상
이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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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항상 ‘해야 할일’이 너무 많은 우리들이다. 가족의 사랑은 뒷전으로 밀려난지 오래되
었다. 영화 후반부에 딸 아이가 새 보청기를 착용하겠거니 예상했지만 끝내 그런 장면이 나오지는 않았다.
장애를 가진 자식을 위해 어떻게든 보청기 살 돈을 마련하겠다고 고군분투했지만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
나 너무 우울해하지는 말자.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말라’는 푸시킨의 시가 갑자
기 떠올랐다. 실직했지만 돈을 더 벌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기다리고 있었고, 오물로 가득했던 저수조는 아이
들의 노력으로 깨끗해졌고, 집안으로 잘못 날아들었던 참새 한 마리는 결국 탈출에 성공했다. 카림의 실직을
초래했던 타조도 결국 제 발로 돌아오지 않았던가? 푸시킨의 시는 계속 이어진다. ‘슬픈 날에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온 가족이 겪은 고생의 시간은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이었고 다시금 희망을
품게 하는 시간이었다. 집 안에서 쉬지 않고 날개짓하다 자유를 찾은 참새처럼 녹록하지 않은 이 세상에서 즐
거운 날이 올 때까지 사랑의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것이 인생의 답이 아니겠냐고 감독이 얘기하는 것 같았다.
영화를 한 시간 반 가량 지켜보면서 곰살맞은 표정이나 세련된 모습은 아니지만 투박하게 정을 나누는 그들
의 모습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자세와 가족애의 소중한 가치를 발견했다. 또 한 가지 소득이라면, 필
자의 무지로 인해 수십 년 동안 그 지역 사람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질감이 어느새 눈 녹듯 사라졌다는 것
이다.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힘이 정말 세긴 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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