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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윤선아] 부모를 공감하는 전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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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0-07-16 오전 9:53:06 |
부모를 공감하는 전문가
윤선아
장애아동을 만나는 일은 장애아동과의 만남에서 시작되는 것만은 아니다. 특히 발달이 늦는 아이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서 부모가 처음 진단기관을 찾을 때, 전문가는 장애아동보다는 불안과 걱정을 안고 있는 그 부모를 먼저 만나게 되기 마련이다.
이제 20년 가까이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첫 진단을 받으러 오시는 부모를 만나는 일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것은 아동이 어떤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지를 가장 정확하게 판단해야하는 진단 및 평가의 과정이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라 지금 결과를 두려워하고 있는 이 부모에게 자녀가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동이라는 것을 어떻게 상처받지 않게 잘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부담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처음은 중요하다.
대체로 전문가로부터 받는 상처의 시작은 진단의 과정에서 부모가 갖게 되는 불만스러움과 관련되어 있다. 우리 아이의 능력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관찰하고 검사하는지, 부모의 의견을 얼마나 존중하는지, 진단결과를 아동에게 무엇이 필요한 가를 중심으로 잘 설명하는지 등. 진단과정에 대한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 가족은 진단과정에 대한 불만은 물론, 진단 결과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진단 결과에 대한 불신은 다른 진단 기관으로 전전하며 아동이 교육과 치료를 받아야 할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기도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TEACCH 연수과정에서 관찰한 진단의 과정은 두고두고 내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과정이었다. 일방경실에 부모와 앉은 전문가는 부모와 함께 놀이실에서 검사를 받는 아동을 관찰하고 있었다. 검사실의 검사자는 아동을 검사하면서 검사도구외에 다른 놀잇감 혹은 도구로 지속적으로 아동의 능력이 정확하게 측정되고 있는 지를 판단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아동이 검사 도구에서 제시하는 색 이름을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을 때, 아동이 좋아하는 자동차를 가지고 함께 놀이하면서 다시 묻거나 블록, 색연필 등으로 색 이름을 정말 알고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검사과정을 일방경실에서 부모가 지켜보면서, 현재 아동이 검사실에서 보여주는 행동이나 능력이 가정에서는 어떤 지에 대해 함께 있는 전문가에게 설명하면, 이러한 부모의 의견은 검사실내의 검사자에게 전달되었다. 부모의 의견을 들은 검사실의 검사자는 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아동의 능력을 다시 점검하고 또 점검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비록 자연스러운 일과 내에서의 관찰은 아니지만 이쯤되면 진단기관에서 부모가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으로 인한 상처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진단과정에서 부모를 존중하는 것으로서 중요한 것이 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 중요한 것은 공감을 토대로 한 의사소통이다. 사실 진단에 대한 결과를 듣게 되었을 때 부모는 장애 자녀의 어려움이 부모의 양육이 잘못되었기 때문은 아니라는 설명이 있어도 죄책감을 가지기도 한다. 이러한 죄책감이 지나치거나 지속될 때 우울감과 무기력감이 생기게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자녀의 발달을 위해 건강한 부모의 역할을 다하기는 어렵게 된다. 만약 어떤 전문가가 자신의 역할이 지닌 권위를 앞세워 진단과정에서 부모를 가르치는 것이 전부라는 사고를 한다면, 부모의 현재를 공감하고 함께 고민하면서 안내해주는 신뢰로운 전문가로서 부모의 마음에 자리잡기는 어렵다. 더욱이 아동의 발달을 돕기 위해 부모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목적이라 해도 그 목적을 달성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를 만나면서 늘 우선해야 할 것은 공감하는 일이다.
공감하는 능력은 장애자녀를 둔 가족과 함께 일하는 모든 진단전문가가 갖추고 있어야 할 중요한 자질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동이 진단과정에서 보여준 부족한 점 외에 강점과 잠재력을 잘 설명하여 아동의 발달을 돕기 위한 계획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이상적인 진단전문가의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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