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왼쪽메뉴 바로가기
본문영역 바로가기
하단영역 바로가기

자료실

파라다이스 복지재단의 과거사업에 대해 만나보세요.

게시판
[칼럼-전진호] 존중받아야 할 발달장애인 자기결정권
사업영역 [활성] 장애인식개선사업 > [활성] 칼럼/에세이
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7-16 오전 9:41:40

존중받아야 할 발달장애인 자기결정권

 

 

전진호

(前 복지TV, 웰페어뉴스 보도편집국장)

 

 

자녀와의 죽음을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얼마 전 부산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과 아버지가 동반 자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수산업에 종사하던 한 가장이 경제상황이 어려워지자 “아들은 내가 데려간다. 딸과 함께 우리 몫까지 행복하게 살아라.”는 유서를 남긴 채 자살했습니다.

죽음 직전, 아파트 CCTV에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은 아들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고 합니다.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겨웠으면 죽음을 선택했을까, 기사를 읽으며 비슷한 상황으로 죽음을 선택한 어떤 분도 떠올랐고, 자신도 그 직전까지 내몰린 적이 있었다는 어느 분의 경험담도 생각나 무척 고통스러웠습니다.

허나 더 마음이 쓰였던 건 아버지만 믿고 의지했을 아들의 죽음입니다.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가족의 안타까운 상황도 관심 가져야겠지만,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하면 ‘장애가 있는 자식의 목숨을 부모가 거둘 수 있다’는 식의 인식은 큰 문제입니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그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남은 가족에게 짐이 된다’는 독단적인 판단으로 부모가 자녀의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걸까요.

지난 16일에는 자폐증이 있는 딸을 살해한 어머니에게 집행유예가 내려졌습니다. 재판부는 ‘극심한 양육 고통을 겪다 처지를 비관해 딸과 함께 죽음을 결심하는 등 범행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밝혔는데, 글쎄요. 평생 죄책감을 지고 살아가야 할 어머니의 고통을 감안해 이 같은 형을 선고했다고는 하지만 사그라진 어린 영혼의 억울함은 엄마의 가슴 속으로만 묻어야 하는 걸까요.

 

성인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모임에 가면 대부분 눈물바다입니다. 전공과까지 마치고 나니 더 이상 갈 곳은 없고, 그나마 의사소통이라도 원활하면 복지관 등이라도 보낼 텐데 중증일 경우 정말 갈 데가 없어서 늙은 부모와 집에서 하루 종일 씨름하다 보면 너무 지쳐 장애인생활시설을 알아봐야 하는지 고민이라는 대목에 이르면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아마 그게 어떤 뜻인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조만간 우리 가족이 겪어야 할 미래라는 생각 때문이겠죠. 그러고 나면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어떤 분은 최근 유행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부모 사후에도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고 제안 하는가 하면, 또 어떤 분은 그룹홈 형태의 공동 주거공간을 만들어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자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건, 그 자리에 대부분이 경우 당사자는 빠져 있다는 겁니다.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인데 말이죠.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건 장애유무를 떠나 모든 부모의 공통사이니 제쳐두더라도 ‘나는 일하고 싶은지’, ‘그럼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친 결과 ‘이걸 해야겠다’는 이야기는 좀처럼 찾기 어렵습니다.

 

 

죽음도, 일상생활도 자기결정 못하는 발달장애인

 

‘장애인 부모도 당사자로 봐야하는가’에 대한 논쟁을 벌이자는 건 아닙니다. 다만 발달장애인의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기준이란 게 비장애인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에 빚어진 ‘오해’이며, 그들 스스로도 그들 나름대로의 언어로 인지하고 표현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발달장애인의 당사자성을 어디까지로 봐야 할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현장을 목격합니다.

‘피플 퍼스트’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자기 주장대회’가 이제는 일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으며(물론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회복지사나 부모가 적어준 원고를 달달 외어 참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발달장애인당사자들이 2년여 간의 준비 끝에 자신들의 언어로 풀어쓴 UN장애인권리협약 해설서를 발간하기도 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귀가 쫑긋할만한 소식도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당사자가 직접 운영하는 자립지원센터가 창원시에 문을 열었는데요, 발달장애인당사자가 센터장과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며, 비장애인 사회복지사가 조력자로 함께 발달장애인 동료상담과 권익옹호, 성인기 독립생활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진행할 예정이랍니다.

 

발달장애 특성상 자기 주도적 자립실천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던 사회적 통념을 깨뜨리고, 전문가나 부모단체에 의해 간헐적으로 시도됐던 발달장애인에 대한 자립지원을 당사자 중심의 자립지원으로 전환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하니 이들의 활동을 기대해봅니다.

 

앞서 언급한 지적장애인 당사자 조직인 피플 퍼스트에 대해 한 번씩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이 단체의 이념은 ‘우리 일은 우리가 결정하고 우리들의 속도로 느리게 가는 것’이라고 하네요.

 

피 끓는 부모의 심정이야 이해합니다. 허나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결정하는 것은 발달장애인당사자가, 부모들은 그들이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 속에서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데 힘쓰며 세상에서 둘도 없는 ‘조력자’가 돼야 동반자살과 같은 비극도 막고 부모 사후에도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잘 살아갈 여지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자료실 목록
패밀리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