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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전진호] 부모 사후에 대한 걱정, ‘성년후견제도’가 책임져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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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0-07-16 오전 9:40:39 | |
부모 사후에 대한 걱정, ‘성년후견제도’가 책임져줄까
전진호 (월페어 뉴스/ 복지TV)
“우리 아이보다 하루 늦게 죽고 싶어요.”
언론 등을 통해 한번은 들어봤을 이 말은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심정을 가장 잘 표현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왜 이런 말씀을 하실까요? 곰곰 생각해보면 사람의 문제라기보다 시스템(제도)의 문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적어도 2013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발달장애가 있는 이들은 비장애인에게 맞춰진 사회 속에서 ‘제대로 경쟁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차별받고 있으나, 이에 대한 사회안전망은 빈약하기 때문이죠. 과정과 실효성에 대한 이견은 많았으나, 최소한의 안정망이 될 것이라 기대했던 발달장애인법안조차 예산 등의 이유로 통과하지 못한 것은 이 같은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거죠.
부모 등 돌봐줄 가족이 없더라도 장애인생활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최소한의 생계대책을 마련해보려고도 애쓰지만, 심심찮게 등장하는 지적장애인 갈취 및 학대사건을 볼 때마다 고민의 크기는 깊어갑니다.
이런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지난 1일부터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됐습니다. 민법을 비롯해 여러 법률적인 것과 맞물려 있다 보니 아직 모르시는 분이 많은데, 쉽게 설명하자면 장애나 질병, 노령 등의 이유로 의사결정이나 권리주장이 어려운 성인을 가정법원에서 결정하거나 계약을 통해 선임한 후견인이 재산관리 등을 해주는 제도를 성년후견제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성년후견제 대신 한정치산제나 금치산 제도를 활용했었죠. 하지만 선고를 받으면 당사자의 행위능력 모두를 무시하는 등 반인권적인데다, 후견인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가 사실상 불가능한 점, (한정치산·금치산) 선고사실이 가족관계등록부에 공시되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죠. 다행히 성년후견제 도입을 계기로 이에 대한 민법개정이 이뤄졌습니다.
정부에서는 성년후견제의 시행으로 발달장애인을 비롯해 치매노인, 정신장애인 등 총 80만8천여 명이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실제로 지난 12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후견심판청구건수가 32건에 달한다고 밝혀 성년후견제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후견인은 가정법원이 권한을 부여하는 범위(법정후견)나 계약내용에 따라(임의후견) 재산관리나 신상관련 사항 등을 지원합니다. 구체적으로 통장관리를 비롯해 각종 계약 체결, 공공서비스 이용신청, 의료행위에 대한 동의, 우편물 관리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후견인에 대한 자격을 별도로 규정해놓고 있지는 않지만 ▲회생절차개시결정 또는 파산선고를 받은 자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기 중에 있는 자 ▲법원에서 해임된 법정대리인 ▲법원에서 해임된 후견인 또는 감독인 등은 후견인이 될 수 없습니다. 외국에선 피후견인의 가족이나 친지, 가까운 사람이 주로 후견인이 된다고 하네요.
법정후견인을 선임하고자 할 경우엔 본인이나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이 가정법원에 후견개시의 심판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임의후견의 경우에는 별도로 후견계약을 맺은 뒤 후견개시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을 때 가정법원에 임의후견 감독인의 선임을 청구해야 하며 각각의 심판청구에 대한 가정법원의 결정이 나면 후견인을 선임하고 후견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자신이 없었을 때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조력자’ 제도가 만들어 졌으니 안심할 수 있을까요? 도입 초기인 성년후견제가 풀어야 할 숙제는 아직 많아 보입니다. ‘보호’라는 말로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여지가 다분히 있기 때문이죠.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개정민법에서는 가정법원이 후견인에 대한 권한범위를 변경하거나 해임 및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했으며, 중요 후견업무에 대해서는 가정법원의 사전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놓고 있습니다. 또 후견감독인을 별도로 선임할 수 있도록 해 후견업무를 감독하게 하고, 중요한 후견업무에 대해서는 후견감독인의 동의를 얻도록 하며, 후견인과 피후견인 간에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행위에서는 후견감독인이 피후견인을 대리하도록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외국 사례 등을 볼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유관기관의 비협조와 홍보부족 등으로 인해 취지에 맞는 성년후견제 시행에는 매우 미흡하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하듯 지난달 25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성년후견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외국의 경우를 볼 때 피성년후견인과 후견인간 대립 문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및 인권 침해 등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법원장에게 후견심판절차에서 사건 본인에게 의견진술기회를 원칙적으로 부여하고 ‘가사소송규칙’에 후견인의 활동보고서 제출 의무를 규정할 것을 권고 ▲법무부장관에게 의사결정능력 유무 및 정도에 대한 판단기준을 마련하고 성년후견제도의 취지에 맞는 대체 입법을 마련할 것 ▲보건복지부장관에게는 공공후견인 양성 및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대한민국 법 테두리에선, 부모의 유산을 스스로 관리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들이 부모의 유산으로 삶의 질을 보장받고, 인권을 보호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법적 보호장치가 성년후견제도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사회적 관심과 제도보완 등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미국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 미국 시카고에서 거주하며 발달장애인 부모인 국제발달장애인협회(IFDD) 전현일 대표가 보내온 글을 통해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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