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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고정욱] 군대 가고 싶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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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0-07-16 오전 10:25:35 | |
군대 가고 싶다 고정욱 작가 교련 수업이 있던 그 날은 비가 많이 왔다. 갑자기 교련 과목이 실내 수업으로 바뀌었다. 군복을 입은 교련 교관이 선글라스를 끼고 교실로 들어왔다. 교련복을 입고 온 아이들은 모두 제자리에 앉았다. "자, 오늘은 비가 와서 실내 수업으로 소총 분해 조립을 실시하겠다." 아이들 몇 명이 무기고에 가서 M1 소총을 들고 왔다. 교련 교관은 소총분해 조립을 가르쳐 주었다. 노리쇠 뭉치라든가 개머리판, 방아틀뭉치, 이런 말들을 나는 난생 처음 배웠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나는 197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녔다. 정규수업에 '교련' 과목이 있던 시대였다. 수업 있는 날은 학생들이 교련복을 입고 학교에 와야 했다. 교실 전체가 얼룩덜룩한 개구리 같은 교련복으로 가득 찰 때 나는 그저 검은 교복을 입을 뿐이었다. 얼마나 교련을 해보고 싶었으면 교련복 바지를 하나 사서 집에서 작업복처럼 입기까지 했을까. 평상시 교련 야외수업에 나는 참여할 수 없었다. 창밖으로 교련 수업 받는 아이들을 지켜 보는 나의 심정은 참담했다. 그랬는데 이렇게 비가 왔다고 교련 수업을 실내에서 하니 신날 수밖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소총 하나씩 주고 방어틀 뭉치를 분해하거나 조립하는 시간을 쟀다. 얼마나 손이 빠르냐에 따라서 금방 분해와 조립이 완성되는 거였다. 낡은 소총이지만 총이 주는 그 폭력성은 남학생들의 본능을 충분히 자극하는 거였다. 나에게도 차례가 왔다. 나는 기계 다루는 것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군인이어서 총기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1분 30초 안에 분해와 조립을 마쳐야 했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분해를 했고 그 누구보다 빠르게 조립을 했다. 그런 나를 보더니 교련 선생님이 말했다. "너는 손재주가 참 좋구나." 칭찬 한 마디에 나는 씩 웃었다. 비록 교련 실기 점수는 항상 엉망이어서 나의 학과 점수를 깎아 먹었지만 말이다. 그 일이 있은 뒤 나는 교련이 계속 실내 수업이기만을 바랐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 어차피 군사훈련은 야외에서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지금 나는 생각한다. 장애인들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것은 일자리다. 일자리를 주려는 기업이나 회사에서는 장애인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그럼 나는 이야기한다. 장애인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일하고 싶은 그들의 열망. 그리고 일하면서 느끼는 행복. 그것은 단순히 숙련도나 생산성을 따질 수 없는 열정이기 때문이다. 열정은 때로 능력을 뛰어넘는다. 장애인도 일하면서 경제적인 능력을 가지고 자존감을 살릴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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