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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고정욱]장애 그 자체로 아름다워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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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0-07-16 오전 10:24:33 | |
장애 그 자체로 아름다워라
고정욱 작가
드라마에서 종종 등장하는 군인들의 모습은 참으로 멋지다. 각진 행동과 늠름한 목소리, 그리고 적군을 상대하여 나라를 지키기 위한 강인한 체력. 그들의 아름다움은 사실 반짝이는 군복과 군화가 아니라 훈련을 받고 숲과 물속 어디든 뛰어다니는 헝클어진 모습이다. 땀을 흘리며 진흙탕을 굴러도 그 모습에 우리는 신뢰를 준다. 진정한 군인의 아름다움은 헝클어진 모습이라 할 수 있다.
1급 장애인인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때 목발을 짚고 걸었다. 평상시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쇼윈도 앞을 지나가거나 대형 거울 앞에 서면 나의 비틀어지고 흐느적거리는 사지가 그렇게 보기 싫을 수가 없었다. 스스로 상상하는 나의 모습과 남들이 보는 나의 외모는 이렇게 달랐다. 웬만하면 나의 실제 모습보다 환상 속의 모습을 그리며 살았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며 물었다.
“그 몸으로 어떻게 밖에 나왔니?”
“뭐 하러 돌아다녀?”
“힘들 텐데 집에서 쉬지 그래.”
그러나 나는 그들의 그러한 시각을 다 거부하고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끝없는 자아성찰과 도전과 노력으로 얼마 전 우리나라 최초로 250번째 저서 [인문학 따라쓰기]를 발간했다. 아직 나보다 더 많은 책을 쓴 사람을 나는 어디에서도 만나지 못했다. 나의 헝클어지고 비틀어진 몸을 부끄러워하며 재가(在家)장애인으로 남았다면 이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장애인의 지향점은 비장애인을 따라 조금이라도 덜 절뚝거리며 걷는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보는 척하는 거나 들리지 않는 귀로 듣는 척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장애를 극복했다거나, 이겨냈다는 식의 성과 중심의 기준점도 우리 것이 아니다.
장애인의 아름다움은 군인 본연의 그것과 비슷하다. 비틀어진 몸, 현저히 떨어지는 신체적인 능력이나 그들이 살기 위해 필요로 하는 휠체어, 목발, 흰지팡이와 보청기다. 그것을 부끄러워하거나 꺼릴 필요는 없다. 그것들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장애인의 잘못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간혹 팔과 어깨 관절이 망가지고 있는데도 목발을 짚으며 어떻게든 걸어 다니려는 지체장애인 동료들을 보면 나는 말한다. 몸 혹사하지 말고 휠체어 타라고. 그러나 흔쾌히 행동에 옮기는 장애인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장애인의 본질적 아름다움은 형형한 삶의 의지여야만 한다. 군인의 복장이 작전 중에 헝클어졌다고 해서 그 누구도 깔보지 않듯 장애인의 몸이 비틀어지고 활동에 제약이 있다고 해서 그 누구도 혀를 차거나 비웃을 수 없다. 차별과 편견으로 바라보는 걸 허락하면 안된다. 장애는 그 자체로서 아름다우니까. 더 크고 중요한 건 우리가 가진 삶에의 의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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