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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장애인 이야기-남경욱] 모든 아이들은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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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7-16 오전 10:22:05

모든 아이들은 특별하다! 영화 <지상의 별처럼>

 

남경욱

단국대학교 특수교육연구소 / 교육학박사

 

 

 

 필자의 한 지인으로부터 영화 한 편을 추천받았다. 그 분은 학습장애아동이 등장하는 영화라고 귀띔해 주셨는데, 그 영화가 바로 <지상의 별처럼>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잠시 학습장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간 여러 유형의 장애아동들에 대해서 의학적, 교육적 측면에서 혹은 시혜나 동정적 시각으로 이런 저런 고민을 해보았지만 학습장애로 분류되는 아동들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드물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필자에게 있어 다른 장애영역의 아동들이 사회복지에서 말하는 ‘빈곤층’으로 여겨졌다면 학습장애 아동들은 ‘차상위 계층’ 정도로 인식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학습장애 아동이 수업시간에 겪는 심리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학습장애는 교육분야에만 존재하는 장애영역이므로 아동이 학령기를 마치면 설사 그 증상이 계속된다 하더라도 더 이상 지원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장애아동이었다는 꼬리표만 따라붙을 뿐이다. 그렇다면 소위 ‘학습장애아동’에게 ‘장애아동’이라는 명칭은 너무 가혹한 건 아닌지? 그들은 학업문제를 초래하는 독특한 특성으로 인해 특별한 교육적 서비스를 받을 뿐인데 우리들의 편의가 그들이 보호받아야 할 권리에 우선한 건 아닌지 등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면서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이샨은 스쿨버스 승차도 잊은 채 도랑에서 잡은 물고기를 바라보고 있다.

 

 영화로 들어가 보자. 아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도랑 속의 피라미들을 잡아 병에 넣고 있다. 초등학생인 주인공 이샨은 학교공부만 아니라면 행복한 제 또래의 소년이다. 세상은 온갖 신기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공사장에서 작업하는 인부, 빙수를 만드는 아저씨, 길거리에 전시한 그림들, 물 마시는 사람들, 강물과 비둘기, 거리의 개 등 모든 것들이 이샨에겐 경이로운 광경이며 이샨 자신이 즐기는 상상의 재료들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샨은 그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성장의 계단을 한 걸음씩 옮겨가고 있었다.

 

이샨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아동을 반갑게 맞이해 주지 않는다. 세상이 정해놓은 방식에 의해서만 가치를 인정받을 뿐이고 그 방식은 예외 없이 모든 아동에게 강요된다. 이샨을 제대로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었고 가족과 떨어져 기숙학교에 남겨진 이샨은 큰 충격에 빠져 의기소침해진다.

 

가족과 떨어져서 기숙학교에 홀로 남겨진 이샨의 모습

 

 이 때 동일하게 난독증을 경험했던 니쿰 선생님의 도움으로 가족을 포함한 주변인들은 이샨을 점차 이해하게 되고, 이샨의 예술적 특별함은 교내 사생대회에서 모든 사람들의 경외감의 대상이 되어 영화의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한다.

 

니쿰 선생님이 이샨의 가족에게 이샨의 공책을 보여주며 학습장애아동이 보이는 증상에 관하여 설명해주고 있다.

 

 

 감상하면서 들었던 생각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이 영화의 용도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이 영화 저변에 깔려있는 메시지에 관한 것이다.

 때로는 장애를 테마로 다룬 영화에서 드라마적 요소에 너무 치우쳐서 <카드로 만든 집>처럼 장애의 특성을 왜곡해서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그에 비하면 이 영화는 매우 구체적이다. 이샨의 눈을 통해 의미를 알 수 없는 심볼로 가득한 수업장면을 화면에 그대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난독증이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는 미러 이미지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이어지는 니쿰 선생님의 발음중심언어교수법(Phonics) 교수와 학습장애아동의 주변인들과의 협력은 학습장애아동에 대한 교수적, 심리적 지원을 망라하는 마치 학습장애에 대한 강의를 듣는 것처럼 자세하다는 점에서 장애인식개선 혹은 학습장애 교수용으로 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니쿰 선생님이 이샨에게 글을 가르치고 있다.

 

 메시지와 관련해서는 이 영화의 부제인 '모든 아동은 특별하다(Every child is special)'는 문구에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내용이 담겨있다고 본다. 대자연을 예찬하고 문명사회를 비판하여 19세기 경전이라고도 불리는 헨리 데이빗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산문집 『월든(Walden)』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鼓手)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두라. 그 북소리의 박자가 어떠하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습장애를 지닌 이 영화의 주인공 이샨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 수 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것을 목소리 높여 주장하거나 실천해 보이지는 못한다. 개인과 집단의 무한 경쟁이 미덕인 이 시대에 그러한 개인의 고유성을 외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그렇게 좌절하는 동시에 우리 역시 아동들에게 지원이라는 믿음으로 사회의 평균적 장단을 강요한건 아닌지 돌이켜보게 만든다.

 

니쿰 선생님이 어려움을 극복한 이샨을 축하하고 있다.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감독은 여러 나라 아이들의 일상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보여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이지 예전에 그런 사진을 볼 때보다 훨씬 더 그 아이들이 사랑스럽고, 소중하고, 특별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영화의 메시지가 필자에게 잘 전달된 모양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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