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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윤보영] 또 다른 차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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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0-07-16 오전 10:18:30 |
또 다른 차별
윤보영 (보건복지부서기관/시인)
"이 글을 초등학교 3학년이 적었다고 볼 수 있나요?" 얼마 전 장애인 인식개선 글을 읽으면서 함께 읽던 지인이 불쑥 던진 질문이다. 산문으로 적은 글 속에는 이야깃거리가 담겼고, 짜임까지 완벽해 읽고 나니 잔잔한 감동이 일었다.
장애인 차별은 안 된다든지, 단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 된다든지, 심지어 우리는 지금 장애인이 될 수 있는 환경에 살고 있다는 말로 마무리까지 했다.
문득 몇 해 전 고등학생 대상 청소년 수기 공모전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 때가 생각났다. 당시 응모학생들은 입상하면 장학금을 지원받게 되므로 구구절절 자기 사연을 글속에 담아 보냈다. 한 편 한 편 읽어 내려가던 중 시선을 멈추게 하는 글이 있었고, 그 글을 우수작으로 뽑는데 심사위원 누구 하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이듬해 그 학생이 사는 지역으로 봉사활동을 가게 되었고, 이장님께 이 마을에 사는 그 학생을 안다고 말했더니, 부모님 모두 계시고 공부를 잘한다고 설명까지 덧붙였다. ‘아버지가 안 계시고 어머니와 어렵게 살고 있다고 했는데’ 수상작으로 뽑은 그 수기가 지어낸 글에 불과했다는 사실로 받은 허탈감이 한동안 나를 힘들게 했다.
지인이 건네 준 그 글은 부모님께서 대신 적어 준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글을 응모한 부모와 아이는 발표를 기다렸을지 모른다. 그러다 상을 받고 온 가족이 좋아했을지 모른다. 어쩌면 친척들에게까지 자랑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글이 부모가 대신 적어 준 글이었다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아니라 장애인에게 차별하도록 자녀에게 차별 교육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웠다.
초등학교 3학년이라면 학교에서 또래 장애인과 생활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사실적으로 적어야 했는데, 이처럼 지나친 부모 관심으로 차별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는 자녀는 앞으로 장애인에게 차별 할 가능성을 지닌 청년과 성인으로 성장해 갈 것이 분명하다.
이에 비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 3명과 매주 토요일마다 50인분의 음식을 만들어 인근 장애인복지관에서 무료배식을 해 주고 있다는 어머니의 얘기는 나뿐만 아니라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
출근 준비를 하는 나에게 장애인복지관으로 자원봉사를 간다며 위치를 묻는 고등학교 2학년 아들 표정에 구수한 냄새가 났지만, 부모가 적어 준 글로 응모한 학생이나 수기를 생각으로 적은 학생의 글과는 달리 현장에서도 사람냄새 나는 행동과 생각으로 의미 있게 보내다 왔으면 좋겠다.
자원봉사를 마치고 돌아와 현관을 여는 아들 모습에서 장미꽃 같은 미소가 있기를 기대한다. 얼굴보다는 가슴 가득 피어있는 보람이 피운 환한 그 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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