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의 문화 향유권 확보 방안

신현기 교수

(단국대 특수교육과)

세상이 온통 가을의 축제 속에 잠겨 있다. 삭막한 아파트 숲 속에도 여지없이 가을의 풍미가 가득하다. 그 어떤 예술가가 이 가을의 단풍을 화폭에 그려낸들 자연만큼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으며, 그 어떤 음악가가 나부끼며, 구르며, 스치며,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의 발  밑에서 내는 낙엽의 소리를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으랴?

우리는 이러한 일련의 행위를 자연의 아름다움을 향유(享有, enjoyment)한다고 한다. 향유는 사전적으로 “누리어 가지다”라는 의미가 있다. 인간이 일상적인 삶을 영위해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소유하고 즐긴다는 뜻의 용어이다. 결국 향유의 대상은 인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평범한 일상에서부터 시간을 내고 부가적 비용을 지출하며 즐기는 여가생활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다양하다. 그러나 진정한 향유가 가능하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하여야 하는데 주체성, 즐거움, 욕구충족, 참여, 상호작용, 긍정적 정서, 몰입, 자의성, 관련 지식, 경제력, 접근성 그리고 무엇보다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대상을 통해 즐거움과 자기 욕구충족 등이 가능해야 한다.  

휠체어에 의지한 자녀를 동반하고 덕수궁 돌담 밑 노란 은행 낙엽을 밟으며 지나는 가족을 상상한다. 북촌의 이 골목 저 골목에서 만나는 각종 거리 예술가들을 만나며 괴성 아닌 탄성을 지르는 자폐성 장애아동 가족을 그려본다. 춘천의 마임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신비에 가까운 마임공연을 보며 온몸으로 환호를 보이는 어느 농학교 단체 관람객들을 기대해 본다.

해마다 정부에서는 이러저러한 문화지표의 지수화를 통한 비교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문화향유 지표를 조사하여 본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타날까?

2000년 장애인문화욕구 실태조사에 의하면 장애인 중 28.7%만이 문화 활동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다수의 장애인들은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함에도 불구하고 TV나 독서 등 집안에만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장애인의 문화향유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첫째, 장애인에 대한 문화정책이 미비하여 즐길만한 곳이 적으며 둘째, 현재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극히 드물고 장애인의 이동 및 접근 편의시설이 갖추어지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 문화 및 여가시설에 대한 접근성 강화와 함께 영화관, 사설 전시실 및 공연장, 놀이공원 등의 장애인 이동 및 접근권 보장에 관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설 문화 및 여가시설의 이동과 접근 편의시설 설치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 참고자료집, 2005년).

외국의 경우를 보자.
‘장애인에 관한 세계행동계획(World programme of Action Concerning Disabled Persons)’에서는 장애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풍요를 위하여 자신들의 창조적·예술적·지적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 문화적 활동에의 접근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정신 또는 감각기관의 손상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배려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문화적 활동영역을 규정함에 있어 춤, 음악, 문학, 연극 및 조형미술 등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장애인 등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는 미국장애인법(ADA)에 의해 다양한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있다. Theater Access Project(TAP)는 뉴욕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6,000명의 장애인들에게 공연 관람이 편리한 좌석을 예약 할 수 있도록 하며, 할인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뉴욕주 예술평의회와 협력해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 및 자막 공연 제작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장애인들이 극장을 방문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eadership Initiatives 가운데 미국교육협의회(NEA)의 Access Ability 프로그램은 노인 및 장애인, 장기 입원 환자 등 예술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된 사람들에게 기존의 여러가지 예술 프로그램을 개방하고 이들이 예술에 접근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 부여를 목적으로 한다.

또한 미국 오하이오 예술위원회는 장애인, 학교 중퇴자, 홈리스, 임산부 등의 문화 활동과 관련된 연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장애인들의 레크리에이션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장애인 문화 향유권 확보방안에 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실시하는 창의교육 지원, 예술협력사업, 예술교육기반사업, 예술교육연수센터운영을 장애인 문화 향유권과 연계하여 확대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