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며

신현기

단국대학교 교수

소치 동계 장애인올림픽이 끝난 지 며칠 되지 않았다. 그 경

기에서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땀과 눈물을 아끼지 않고 눈

밭과 얼음판 위를 질주하는 세계 각국의 선수들을 보면서 커

다란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우리나라

의 한쪽에서는 자폐성 발달장애인 자식의 양육 고통을 세상

에 호소하며 장애자녀와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보

가 전파를 탔다.

그러나 살아서 설원을 누비는 선수들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가족들이나 건강한 우리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존재임에

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저들의 잘못이 아닌 우리들의 잘못된 삶의 태도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눔과 배려의 교육이 단절된데 그 원인이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1981년 세계장애인의 날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하여 올해로

34회째를 맞이하게 된다.

장애인의 날이 돌아올 때마다 생각나는 두 개의 글이 있다. 하나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들을 키우는 미국의

작가 Emily Perl Kingsley가 1987년에 쓴 「Welcome to Holland」라는 글로서 같은 아픔을 가진 장애가족들에

게 주는 글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에서 버려진 중증 지적장애아동들을 사랑으로 키우는 지양학원(止揚學園)의

후꾸이 다쓰오(福井達雨) 원장이 1971년에 펴낸 「사과란 토끼야」라는 글이다. 이 두 글의 공통점은 열심을 다

하는 사람은 후회하지 않는다는 점과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일궈낸다는 점이다.

이글을 통하여 전국의 장애아동 가족 여러분들께는 용기를, 이웃들에게는 장애인에 대한 건강한 관심을 가져

주십사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저는 장애 아이를 키우는 경험을 나누지 못한 사람들이 그것을 잘 이해하고 또 어떤 기분이 드는지 생각해볼

수 있도록 제 경험담을 들려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습니다. 그것은 이렇습니다. 여러분에게 아기가 생길 때, 그

것은 이태리로 멋진 휴가 여행을 떠나는 계획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북을 한가득 사고, 멋진 여

행 계획을 세우겠죠. 콜로세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베니스의 곤돌라. 간단한 이태리어 몇 마디도 배울 수도

있겠지요. 정말 흥분되겠지요. 고대하고 바라던 몇 달이 지나고 드디어 떠나는 날이 왔습니다. 짐을 챙기고 떠

납니다.

몇 시간 뒤, 비행기가 착륙합니다. 스튜어디스가 와서 말합니다. “Welcome to Holland” 당황해서 말합니다. “홀

랜드라니요?!?!?!”, “홀랜드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요?? 난 이태리 행 표를 끊었는데! 이태리에 와 있어야 되잖아

요. 내가 얼마나 이태리 여행을 꿈꾸어 왔는데.”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도착한 그 곳이 병과 기근으로 뒤덮은 끔찍하고, 혐오스럽고, 불결한 곳이 아니라는 것

입니다. 단지 다른 곳일 뿐입니다. 그러니 이제 나가서 새 가이드북을 사야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언어를 배워

야 됩니다. 또한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그룹의 사람들을 만나게 될 테지요. 그저 다른 곳 일뿐

입니다. 이태리보다 더뎌 보이고, 또 화려하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잠시 그곳에 머물러 숨을 들여 마시고 돌

아보세요. 그러면 여러분은 풍차와 튤립이 있는 홀랜드를 알아차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램브란트도 있는 홀랜

드.

하지만 여러분이 아는 모든 사람들은 이태리에 다녀왔다 하면서 바쁠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이태리에서 얼마

나 멋진 시간을 보냈는지 자랑 하겠지요. 그리고 당신은 살아가는 동안 말할 것입니다. “그래요, 거긴 바로 내

가 가기로 했던 곳이었죠. 내가 바로 계획했던 것이었죠.” 그리고 그 고통은 바라던 꿈의 상실이 그토록 컸던

만큼, 절대로, 결코, 결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여러분이 이태리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슬퍼하며 인생을 보낸다면, 여러분은 홀랜드의 아

주 특별하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것들을 결코 마음껏 누리지 못하게 될지 모릅니다.

(Kingsley의 Welcome to Holland 전문)

중증의 지적장애아동을 수용하고 있는 일본의 복지시설 지양학원(止揚學園)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곳에서는

식사 때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언제나 사과를 간식으로 제공하였다. 그 아이들은 포크를 사용하는

것이 서투른 아이들이기에 제공하는 사과를 조각을 낸 후 그 조각의 사과 껍질을 토끼의 귀 모양으로 남긴 채

접시에 담아주었다. 그러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 사과의 토끼 귀 부분을 잡고 먹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방

식은 계속되었다.

어느 날 식탁에 빨간 사과가 몇 개 담겨 놓여 있었다. 한 아이가 그것이 무어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그 아이에

게 우리가 줄곧 간식으로 먹었던 그 사과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러자 그 아이는 “그런 거! 사과 아니다!”며 우겨

댔다. 할 수 없이 선생님은 “그렇다면 사과란 어떤 것이니?”하고 물었다. 그 아니는 우쭐해하며 “사과란 토끼야

!”라고 대답하였다. 하나밖에 모르고 응용성이 없는 그 아이는 토끼 모양으로 잘려 있는 것만을 사과로 알고 있

었기 때문이다. 그는 둥근 그대로의 사과를 사과라고 하는데 대해서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일이 있은 이후로 지양학원에서는 때때로 야채나 과일을 있는 그대로 아이들 앞에 내놓고 요리를 함으로써

그 실체를 가르치도록 했다. 중도 지적장애아동들을 가르치는 일에는 우리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추가적인 수

고가 따른다.

(福井達雨의 사과란 토끼야 중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세상은 결코 경쟁 일변도의 세상이 아니다. 우리가 구하는 자본은 움켜지는 자본이

아닌 나누는 자본이다. 경쟁이나 움켜지는 사회는 이웃과 손을 잡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 “혼자서 잘 살면 무

슨 재민가?”라는 말이 있다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는 같은 의미를 지닌 “Ubuntu(우분투)"라는 말이 있다. [행

복은 환경+태도]가 아닌 [행복은 환경×태도]라는 말도 있다. 내가 자식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일념 하에 그 아이들의 태도교육을 망치므로 결국 그들이 행복해 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이번 장애인의 날이

이를 되돌아보는 게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