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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신현기] 인문학적 사고에서 본 장애인 고등교육 기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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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0-07-16 오전 10:08:53 |
인문학적 사고에서 본 장애인 고등교육 기회
신현기(단국대 특수교육과 교수)
인문학이란 인간에 대한 학문이다. 서양에서 인문학을 휴머니티(Humanity)라고 하는 것도 인간성, 인간적인 것을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뜻이다. 원래 인문학은 그리스, 로마의 고전에서 시작되었으며, 근세 르네상스 이후로 신에 예속되었던 인간을 재발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고전을 재평가하게 되면서 근세 인문학이 태동한 것이다. 물론 사회과학 및 자연과학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인문과학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여기서의 '과학'은 하나의 학문분야를 칭하기 위한 것으로 보면 된다.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 학문분야로서 그 개념은 고대 그리스의‘파이데이아'(paideia)와 라틴어의‘후마니타스'(humanitas)에서 유래한다. '파이데이아'는 BC 5세기 중엽 소피스트들이 젊은이들을 폴리스(도시국가)의 능동적 시민으로 양성하기 위해 마련한 일반 교육과정이고, 후마니타스는 BC 55년 키케로가 '데 오라토레'(De Oratore:웅변학교)에 마련한 웅변가 양성과정이었다. 수사학자인 성 아우구스티누스를 비롯한 중세 초기 교부들은 파이데이아와 후마니타스를 그리스도교의 기본 교육과정으로 채택했다. 그들은 이것을 '유익한'(bonae) 과목 또는 '교양'(liberales) 과목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수학·언어학·역사·철학·과학 등이 포함되었다. 중세 후기에 후마니타스의 구성과목은 그대로 통용되었지만 후마니타스라는 말 자체는 별로 쓰이지 않다가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다시 널리 쓰이게 되었고 형태도 약간 바뀌었다. 15세기 이탈리아 인문주의자들은 세속적인 문예 및 학술활동(문법·수사학·시·역사·도덕철학, 고대 그리스어 및 라틴어 연구)을 가리켜 '스투디아 후마니타티스'(studia humanitatis:인간 연구)라는 말을 썼다. 그들은 이 학술활동을 신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인간과 고전에 대한 연구로 생각했다. 이처럼 인문학은 사람의 주체성을 일깨우는 학문영역이라고 할 때 장애인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갖도록 하는 일은 그들의 정체성 회복은 물론 자립의지의 앙양에도 매우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작금에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생활에서의 실패로 인해 자존감을 상실하고 노숙인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문학 강의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교육이 시도되어 많은 효과를 거둔 바 있다. 공평(equity)은 장애인에 대한 출발점에서만의 생각이 아닌 종착점에 대한 생각에서의 출발점에 대한 배려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비장애인이 추구하는 같은 삶을 살도록 하려면 출발점에서 어떠한 기회를 배려적으로 고려할 것인가를 말이다. 5살짜리와 4살짜리가 뒷골목에서 달리기 시합을 통해 즐거움(종착점 기준)을 함께 나누도록 하려면 4살짜리의 출발지점은 는 5살짜리의 출발지점(출발점 기준)보다 서너 발 더 앞쪽에서 뛰도록 하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1995년 6월 8일 미국 하버드대 344회 졸업식장에서 졸업생을 대표하여 한 학부생이 다음과 같은 연설을 하였다.
“독일 어느 시골에 40대 가정주부가 한 분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결혼하여 자녀양육에 힘써 왔는데 자녀들이 성장하여 집을 떠나게 되어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그 아주머니는 하지 못했던 대학 공부를 해서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새로운 출발릉 했습니다. 열심히 준비하여 의대에 들어가 아들, 딸 또래의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체력이 달렸습니다. 기억력이 감퇴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을 보충하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여 의사되어 20년 이상을 봉사하다가 은퇴를 하게 되었습니다. 은퇴를 하니 성장한 자녀들은 미국으로 이민 가서 자리를 잡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녀 곁에 살기위해 초청 이민으로 미국에 왔습니다. 그러나 외롭고 할 일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미국에서는 의사 은퇴 연령이 제한되어 있지 않는 것을 알고 다시 의사로 일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독일 의사 면허는 미국에서 인정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60대 중반의 할머니가 다시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여 면허 시험에 합격이 되고 이제는 손자뻘이 되는 젊은이들과 인턴과 수련의 과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체력은 달려도 즐겁게 소아과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소아과 의사가 되어 그 후 9년 더 봉사하고 다시 은퇴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이제 나이 90이 되어 이 졸업식장 어느 곳에 앉아 계십니다. 그 할머니가 바로 나의 할머니이십니다. 내가 오늘 할머니 이야기를 졸업연설에서 한다는 말을 안했기 때문에 모르시고 계시다 들으시고 무척 감회가 깊고 손자가 자랑스러울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할머니는 90세 할머니라고 말하는 것보다 80이 넘은 할머니라고 하는 것을 더 좋아하십니다. ‘졸업(Commencement) 즉 졸업은 시작이다’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오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졸업을 합니다. 우리 할머니가 가정주부를 졸업하고 의사 공부를 시작하고, 독일에서 의업을 은퇴하고 미국 땅에서 의사 훈련을 시작했던 그러한 자세로 우리도 졸업 후 새로운 시작을 합시다. 그 새로운 시작이 무엇인지…”
장애인의 고등교육에 대한 관심이 확장되고 있다. 고등교육은 장애 당사자에 대한 사람존중이라는 인문학적 사고에서 시작이 되어야지 삼자의 자존심이나 욕심에서 시작되어서는 안 된다. 장애인의 고등교육은 자신의 자존감과 성취감을 세우기 위해서 하여야지 대학 당국의 얄팍한 대학운영 전략에서 시작되어서는 안 된다. 장애인의 고등교육은 철저하게 속도가 아닌 방향에 우선을 두어야 한다. 그래서 느림을 추구하여야 한다. 생각하고 다져가며 사람의 맛 즉 삶의 맛을 느끼도록 하는 인문학적 사고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고등교육 후에 쓸모가 아닌 인간의 본래를 존중하는 체용론(體用論)에 입각하여야 한다. 장애인의 고등교육은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시행되어서도 아니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애인만의 입장을 붙들려서도 아니 된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접근(universal access)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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