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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신현기] 선생님! 장애인의 날인데 왜 선물 안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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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7-16 오전 10:07:41

선생님! 장애인의 날인데 왜 선물 안줘요?

 

 

신현기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

 

 

 

(Ⅰ)

 

가게 주인이 문 앞에 "강아지 팝니다."라고 써 붙였다. 한 소년이 물었다. "강아지 한 마리에 얼마씩 팔아요?" "30달러에서 50달러 사이에 판다."

 

어린 소년은 주머니를 뒤져 동전 몇 개를 꺼냈다. "지금 저한테는 2달러 37센트밖에 없거든요. 그래도 강아지 좀 구경하면 안 될까요?"

 

가게 주인은 미소를 지으며 가게 안쪽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그의 아내가 털실 뭉치처럼 생긴 강아지 다섯 마리를 가게로 내보냈다. 그런데 한 마리가 다른 강아지들보다 눈에 띄게 뒤쳐져서 달려왔다.

 

소년은 얼른 그 절뚝거리는 강아지를 가리키며 "저 강아지는 어디가 아픈가요?"

 

가게주인이 대답했다. "이 강아지는 선천적으로 엉덩이 관절에 이상이 있단다. 그래서 평생 절뚝거리며 살 수밖에 없지."

 

설명을 듣고 소년은 흥분된 얼굴로 말했다. "전 이 강아지를 사고 싶어요."

 

가게주인이 말했다. "아니다. 불구가 된 강아지를 돈 받고 팔순 없어. 네가 정말로 강아지를 원한다면 그냥 가져가거라."

 

소년은 매우 당황했다. 그는 가게 주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전 이 강아지를 공짜로 가져가고 싶지 않아요. 이 강아지도 다른 강아지들처럼 똑같은 가치를 지닌 강아지예요. 그러니 전부 내겠어요. 사실 지금은 2달러 37센트밖에 없지만, 강아지 값을 다 치를 때까지 매달 5센트씩 가져다 드리겠어요."

 

가게 주인은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런 강아지를 너한테 돈 받고 팔순 없어. 달리지도 못할 뿐 아니라 다른 강아지들처럼 너와 장난을 치며 놀 수도 없단다."

 

그 말을 듣자 소년을 몸을 숙여 자기가 입고 있는 바지 한쪽을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금속 교정기로 지탱되고 있는 왼쪽다리를 가게 주인에게 보여 주었다.

"저도 한쪽 다리가 불구라서 다른 아이들처럼 달릴 수가 없어요. 그러니 이 강아지에게는 자기를 이해해 줄 사람이 필요할거예요!"

 

가게 주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의 공동저자로 알려진 댄 클라크의 <소년과 강아지>라는 글이다.

강아지 주인은 나쁜 아저씨인가? 강아지를 정말 좋아하는 어린 아이에게 절뚝거리는 강아지를 돈 받고 팔 수 없다고 했는데, 그냥 주겠다고 했는데.

편견은 악의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함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익숙함은 또한 절대다수에 기반한 편리함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는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비록 하루만이라고 나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장애인을 우리에 포함시키는 생각을 훈련하는 날이었으면 한다. 그래서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제33회 장애인의 날 행사 슬로건을 공모하여 <우리의 편견으로부터 장애는 시작됩니다>를 당선작으로 내놓았다.

 

내가 만나는 지적장애아동들은 매해 4월 20일이 되면 잊지도 않고 나에게 “선생님! 장애인의 날인데 왜 선물 안줘요?”라고 졸라댄다.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존중받아야 할 날이라고 생각하고 몇 해째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하곤 한다.

 

 

 

(Ⅱ)

 

 

폴이라는 이름의 내 친구가 있는데, 그의 형이 큰 부자였다. 폴은 지난 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형으로부터 자동차 한 대를 선물 받았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폴이 일을 마치고 사무실 밖으로 나와 보니, 개구쟁이 소년 하나가 폴의 새 차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폴이 다가가자 소년은 부러운 눈으로 차를 바라보면서 폴에게 물었다. "아저씨가 이 차의 주인이세요?" 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단다. 내 형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준 거지."

그러자 소년의 놀라움이 더 커졌다. "아저씨의 형이 이 차를 사줬고, 아저씨는 돈 한 푼 내지 않고 이 멋진 차를 얻었단 말이에요? 나도 그럴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소년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당연히 폴은 소년이 멋진 차를 갖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년의 그 다음 말은 폴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소년이 말했다.

"나도 그런 형이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폴은 놀라서 소년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무심결에 소년에게 말했다. "너, 이 차 타 보고 싶니? 내가 한 번 태워 줄까?" 소년은 기뻐서 소리쳤다. "정말이에요? 고맙습니다."

 

폴은 소년을 차에 태우고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그런데 소년이 문득 폴을 돌아보면서 눈을 빛내며 말했다. "아저씨, 미안하지만 저희 집 앞까지 좀 태워다 주실 수 있으세요?"

폴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소년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멋 진 차를 타고 집에 도착한 자신의 모습을 이웃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러나 폴의 생각은 또다시 빗나가고 말았다. 집 앞에 도착한 소년은 폴에게 부탁했다. "저기 층계 앞에 세워 주세요. 그리고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소년은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잠시 후 폴은 소년이 집 밖으로 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소년은 집 밖으로 나오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 이, 소년은 두 다리가 불구인 어린 동생을 데리고 나오는 중이었다. 소년은 동생을 계단에 앉히고, 어깨를 껴안으면서 폴의 자동차를 가리켰다. "내가 방금 말한 게 저 차야, 버디. 저 아저씨의 형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 준 거래. 그래서 저 아저씨는 한 푼도 낼 필요가 없었대. 버디, 나도 언젠가 너에 게 저런 차를 선물할 거야. 넌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돼. 그리고 넌 그 차를 타고 가서 내가 너한테 설명해 준 세상의 멋진 것들을 모두 구경할 수 있게 될 거야."

 

폴은 차에서 내려 층계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소년을 번쩍 안아 차의 앞좌석에 앉혔다. 소년의 형도 눈을 반짝이며 그 옆에 올라탔다. 그런 다음 그들 세 사람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크리스마스 드라이브를 떠났다.

 

이 이야기 또한 댄 클라크의 <나도 그런 형이 될 수 있으면>이라는 글로서 우리나라 초등학교 5학년 국어교과서에서도 소개하고 있다.

 

나도 장애인들에게 그런 형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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