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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윤선아] 장애인과 취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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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0-07-16 오전 9:56:58 |
장애인과 취업
윤선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특수교사)
매년 몇몇 시를 중심으로 장애인 취업 박람회가 개최되고 있고 장애인 일자리 제공 사업도 과거보다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장애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여전히 성인이 되는 것에 대한 깊은 걱정을 덜어내지 못하고 계시다. 그래서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형태는 부모님이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을 돕고 있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국가나 시 차원에서 제공된다는 직업의 종류도 상당히 제한적이어서 장애인 개개인의 흥미와 강점을 살려서 참여할 수 있는 직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최근 어떤 정치인은 "장애인이 편하면 우리 모두가 살기 편한 곳이 됩니다. 장애인이 취업하는 사회는 우리 모두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사회입니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장애인이 편하면 우리 모두가 살기 편한 곳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애인이 취업하는 사회는 우리 모두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사회라는 말은 마치 “장애인이 모두 취업된다면 비 장애인은 당연히 취업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처럼 해석되게 한다. 그건 장애인 취업은 비장애인 취업이 보장된 후여야 한다는 뜻으로 생각되게 하는 데 이것이 나의 오해이기를 바란다.
그러한 사회여서는 안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같은 경쟁의 틀과 잣대로 경쟁에서 살아남는 자만이 취업하고 독립할 수 있는 사회여서는 안된다. 그것이 정말 공평한 사회인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리 동네에는 장애 청년이 살고 있는 데, 그 청년은 목욕탕집 아들이다. 동네 작은 목욕탕이라 손님이 많지 않은 데 다가 대부분 오랫동안 이곳을 이용하던 이웃이다. 목욕탕에 입욕권을 파는 부스 안에는 주인아주머니와 지적장애 청년 아들이 함께 앉아 있곤 했었다. 이웃이기에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 입욕권을 사곤 했는데 어느 날 보니 아들 혼자서 입욕권을 팔고 있었다. 나는 중증 지적장애 청년으로 생각했던 저 청년이 어떻게 돈을 받고 입욕권을 파는 지 궁금해서 한참을 서서보고 있었다. 그것은 이렇게 가능했다. 빨간 색 수건위에는 오천원 권을 냈을 때 거스름돈 세트가 가지런히 수십 개 놓여있었고, 초록 수건위에는 만원 권을 냈을 때 거스름돈 세트가 놓여있었다. 청년은 색깔만 구분해서 거스름돈 세트를 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독립적이고 생산적인 인력이 한 명 생겨나고 어머님은 아들에게 맡기고 다른 일을 하셔도 되니 결과적으로 독립적이고 생산적인 인력은 두 명이 생긴 셈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느낀 것은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하고, 전문가가 해야 할 일을 결국 부모가 해야 하는 현실의 안타까움이었다.
국가와 사회가 좀 할 수 있는 현실을 기대한다. 이제 세계 상위권 경제력을 자랑하는 우리 사회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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