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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윤선아] 미리 미리 어른을 준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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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7-16 오전 9:56:31

미리 미리 어른을 준비하기

 

윤선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특수교사)

 

 

 도대체 성인을 위한 준비에서 제일 많이 등장하는 자기 결정력은 무엇인가.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가 성인이 되어 독립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자기 결정력에 대해 모호하고 어려운 개념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더욱이 그 자기결정력이라는 것이 성인기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에 대해 궁금할 수 있다.

 자기 결정의 개념은 전환서비스 및 전환계획에서의 학생참여와 관련된 미국 연방 정책의 의무조항으로 처음 소개된 것으로 1990년대 초에 장애학생의 교육 현장에 적용되게 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자기결정력의 구성요소는 선택하기, 의사결정, 문제 해결, 자기 옹호 등으로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무언가를 변화시키고 결정하고 해결하는 것들을 총괄하는 개념이다.

 

 장애 학생들에게 자기 결정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고민할 때 우리는 장애 학생들이 어떤 환경에서든 자기 결정을 연습하고 학습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일방적인 지시에 순응하는 것을 먼저 연습하기 때문에 선호하는 것은 표현할 기회가 없었다. 산더미처럼 배울 것들은 쌓여있는 데 시간은 없다는 이유로 “어떤 것을 좋아하는 지” 혹은 “어떤 것을 하고 싶은 지”는 부모든 선생님이든 잘 물어보지 않고 의사결정은 늘 대신해주었다. 나아가 “어떤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 지”“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지”에 대해 장애 학생에게 물어보고 궁금해 하지 않아서 대답할 기회는 별로 없었다.

 자기 결정력의 시작은 우리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을 물어보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선택하기는 자기 결정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선택하기의 기회를 주는 것은 자기 결정력 향상에 기초를 만들어준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맞이한다. 세수를 먼저 할 것인가, 양치를 먼저 할 것인가, 밥은 뭘 먹고 가고, 무엇을 타고 출근할 것 인가 등등. 이처럼 성인이 되었을 때 스스로 결정하는 수많은 것들은 성인이 되면 저절로 발달되어져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어릴 때부터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고 연습해본 경험의 역사만이 성인이 되었을 때 독립적으로 어떤 것을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힘을 만들 것이다. 장애정도가 아무리 심하다 하더라도 둘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부터 시작하고 반복적으로 연습을 하면 그 성과는 나타난다. 그럴 때 선택하기는 어쩌면 가장 쉬운 자기 결정 기술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미국 연수중 한번은 언어 치료 분야에서 저명하신 분의 언어치료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 분은 아이가 들어오자마자 그 날 준비하신 언어치료 활동의 상징적 그림들을 펼쳐놓으시면서 아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고르고 활동 순서를 정할 수 있게 해주셨다. 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아이는 다음에 어떤 활동을 할지 예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공유된 책임을 가지면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 선택하기의 기회를 주고 경험하게 하는 것의 다음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선택하기의 학습은 선택에 의한 힘을 발견하면서부터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택하기를 제안했을 때 선택한 것을 손에 넣게 되거나 내가 선택한대로 무언가 변화된다면 우리는 그 선택의 힘을 맛보고 자연스럽게 선택하고 싶은 의지가 생긴다. 이러한 변화의 주체가 되는 경험을 어린 시기부터 가져보아야 누가 도와주지 않아도 스스로 선택하여 무언가 결정하고, 나아가 더 어렵고 복잡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선택하기를 통한 변화를 느끼는 경험은 자기 스스로 선택하고 의사 결정하고 싶은 강력한 동기를 만들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떤 방법으로 제공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흔히 장애 학생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다고 묻는 것이 “뭐 먹을래?”, “뭐 할까?”이다. 그런데 만약 그 학생이 이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아직 때가 안 되었다고 생각하고 선택은 우리가 대신해주어야 하는가. 여기서 우리는 선택의 방법은 좀 더 그 대상이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손에 든 동화책이든 먹을 것이든 두 개를 내밀어 아이가 보고 고를 수 있게 기회를 주어보자. 선택한 것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보자.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아이는 잘 관찰하여 어떤 것을 보고 있는 지 파악하고 그 쪽으로 손을 내밀 수 있도록 도와줘보자. 이것이 선택하기 연습을 시키는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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