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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전진호] 발달장애인 지원,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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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7-16 오전 9:37:38

실효성 있는 발달장애인지원법, 19대 국회서 반드시 통과해야

 

전진호

 

아버지와 발달장애인 아들이 함께 찍은 사진

(균도 부자가 또다시 거리로 나섰다. 광주서부터 서울까지 이어지는 30여 일간의 여정의 주제는  ‘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이다.

사진출처 : 발달장애인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페이지 http://blog.daum.net/ljs518)

 

발달장애가 있는 균도씨와 그의 아버지가 올해도 거리로 나섰다. 부인에게 잠깐의 휴식을 주기위해 시작했다는 부자의 ‘세상걷기’가 벌써 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처음 발걸음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사회편견을 깨기 위함이었다면, 이번 시즌은 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 등의 필요성을 알리며 광주광역시에서 서울까지 30여 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균도 부자가 ‘고행의 길’을 이어가며 발달장애 부모들을 만나고, 시민들에게 선전전을 벌이는 이유는 딱 하나 때문이란다. 발달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당당하게 살 수 있어야 하건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지금처럼 장애인생활시설이나 방구석에 갇혀서 생활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이런 부당한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는 설득이다.

 

 

발달장애 지원은 부모 염원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몫

 

발달장애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의 대부분의 반응은 ‘불쌍하다’다. 그러면서 영화나 방송 등에서 만난 허상을 떠올리고는 선심 쓰듯 이야기한다. 영화 ‘말아톤’이나 ‘레인맨’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서번트 증후군)처럼 특정영역을 잘만 계발하면 엄청나게 유명한 사람이 되지 않겠냐며 ‘부럽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들의 삶은 그렇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발달장애아를 낳는다는 것은 사람들로부터 수군거림서부터 시작해 수많은 차별과 낙인의 세월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국가가 지원하는 활동지원서비스는 월 최대 60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족 중 한명은 24시간 항시 옆에 붙어있어야 하며, ‘치료 받으면 조금이라도 낫겠지’라는 희망에 온갖 치료서비스를 받으러 전국을 누비지만 개선(?)되는 건 없다. 이 때문에 모든 가족들이 지쳐가기 시작하고, 금전적인 압박도 심해진다. 이때쯤 되면 이혼 등 가족해체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다. 특수학교 전공과까지 마친 친구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져 또 다시 하루 종일 부모와 함께 생활해야 하지만 부모의 기력은 점점 딸려 예전처럼 이들과 함께하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방치돼 거리를 떠돌거나, 장애인생활시설 등에 입소하는 게 이미 패턴처럼 굳어져 버렸다. 장애인생활시설 생활인 상당수가 지적장애인으로 채워지고 있는 현상은 이를 방증한다.

 

발달장애인지원법이 제정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발달장애로 인해 자기 자신을 잘 대변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지역사회를 떠나 시설이나 누군가의 노예처럼 살아서는 안 되며, 오롯이 가족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건 국가의 ‘책임방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발달장애인지원법이 제정된다 하더라도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다. 기존 법안들로도 어느 정도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고, 특정 유형을 대변한 법안은 또 다른 문제를 낳게 된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족들이 해체되고 파편화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역사회에서 내몰고 시설에서 살기를 강요하는 지금의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양식장이나 인신매매 현장 등에서 악용당하지만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 중에서도 소외된’ 발달장애인의 최소한 권리보장을 위해서라도 법 제정은 필요하다.

 

 

발달장애인지원법은?

 

18대 국회서 새누리당 윤석용 의원에 의해 추진됐던 발달장애인지원법안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발달장애인관련 당사자 단체이나 모이기 힘들었던,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한국장애인부모회,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한국자폐인사랑협회 등 4개 단체가 연대해 법안초안을 마련했다.

 

△총칙 △서비스제공절차 및 서비스 △서비스제공자 및 서비스제공기관 △서비스 담당인력 △인력침해 및 권익옹호 △개인정보의 보호 및 관리 등으로 구성된 발달장애인지원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총칙에는 ▲발달장애인의 권리와 차별금지 ▲국가 및 지자체의 임무 ▲발달장애인위원회 설치 및 운영 ▲실태조사 및 5개년 계획수립 등이 담겨 있다.

 

서비스제공철차 및 서비스에는 ▲서비스대상자의 자격과 서비스 적격성 및 심사의뢰 ▲서비스제공기관 연계 및 서비스의 구분, 유형 제시 등을 명시했으며, 서비스제공자 및 서비스제공기관에는 ▲서비스 제공기관의 지정, 관리 및 감독, 보고와 감사 ▲서비스제공자의 등록 등을 명시하고 있다.

 

또 서비스담당인력에는 ▲발달장애인사회복지사의 자격, 배치, 양성, 보수교육 ▲발달장애인 동료상담가의 자격 및 배치 등을 규정했으며, 인권침해 및 권익옹호에는 ▲발달장애인 인권침해 및 권리구제 관련 업무 절차 및 역할 ▲발달장애인 인권침해 예방, 홍보, 조사, 연구 등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다. 

 

장애인교육법 후속조치 시위 장면

(언제까지 발달장애인 부모를 거리로 내몰 것인가 @전진호)

 

등록된 지적·자폐성장애인의 수가 17만여 명, 정신적 신체적 기능손상 등으로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21만여 명에 달하며, 그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전체 등록장애인 중 1급 장애 비율이 지체장애는 3.4%인데 반해 지적장애는 24.4%, 자폐성장애는 35.4%에 달한다. 반면 자폐성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각각 9.8%, 25.1%에 불과해 전체 장애인 평균 41.0%에서조차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얼마 전 양식장으로 팔려가 노예처럼 생활해오던 발달장애인을 구출한 사건이 대서특필됐다. 또 거의 일주일에 한번 꼴로 발달장애 여성이 성폭행당한 사건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발달장애아를 둔 부모가 ‘내가 더 이상 책임질 수 없으니 국가가 책임져 달라’며 자살한 일도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장애인 중에서도 외면 받는 장애인’, 직업서부터 소득, 제도 등 모든 것에서 방치된 결과다. 이 때문에 수많은 발달장애 부모가 ‘아이들의 암울한 미래를 해결해 달라’며 거리로 나서고, 투사가 되고 있다.

 

언제까지 발달장애인들을 시설이나 거리로 내몰고, 그 부모들을 투사로 만들 것인가.
18대 회기에서는 안타깝게 이뤄지지 않았으나, 19대에서는 반드시 법이 제정돼 발달장애인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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