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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장애인 이야기-남경욱]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The Straight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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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0-08-05 오후 8:15:13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The Straight Story]

 

남 경 욱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 연구교수

 

 

 

영화 이미지

 

 

언제부턴가 ‘명품백’이라 불리는 고가의 가방이 TV 코미디나 우스개 소리의 단골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명품백에 대한 욕망이나 과시욕이 적나라하게 묘사되는 경우도 있고, 순수하지 않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것이 뇌물로 활용되기도 한다. 바야흐로 명품백은 우리 사회의 사치와 탐욕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정반대의 모습들도 있다. 수년 전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생존권을 위해 한강에 투신했던 일, 지체장애인들이 이동권 쟁취를 위해 쇠사슬로 서로를 묶고 도로 위에서 벌였던 시위 등이 그것이다. TV 뉴스에서 본 그들의 투쟁은 결코 명품백처럼 근사한 무엇인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데 여러분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들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삶의 여러 기회들을 박탈당해 왔을 뿐만 아니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일반인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까지 투쟁을 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명품백은 먼 나라 얘기일 수 밖에 없고, 그들의 요구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소중한 가치인 것이다.

 

이런 얘기들이 여러분들과는 좀 거리가 있는 얘기로 들리는지 묻고 싶다. 필자는 우리 대부분이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인생길에서 많은 이들이 젊음과 건강을 가지고 명품백처럼 근사한 것을 끊임없이 좇아 다니지만 시간이 흘러 어느 시점에 이르면 상당 수 장애인들의 처지와 마찬가지로 그런 근사한 것들을 추구할 힘을 잃어버리고 만다. 즉,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인간들은 살면서 이 두 경우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기 마련이라는 얘기다. 이번에 소개하는 영화는 바로 이러한 인생길의 후반에 서있는 한 노인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

 

노환으로 제 몸도 가누기 힘든 앨빈은 시골에서 정신지체를 지닌 딸과 함께 가난하게 살고 있다. 어느 날 앨빈은 형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게 듣는데, 사실 앨빈과 형은 과거에 안 좋았던 일로 수 년 째 연락을 끊고 살던 중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앨빈은 어떻게 했을까? 일반적으로는 밉든 곱든 한 번 다녀오면 될 것 아니겠냐고 추측할 수 있지만 앨빈에게 이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앨빈은 두 개의 지팡이를 사용해야 하는 노인이다. 또 그와 딸에게는 자동차는 고사하고 운전면허도 없고 형이 사는 마을까지 가는 대중교통도 없다. 그래서 앨빈은 30년 된 잔디깎는 기계(lawn mower)를 타고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형의 집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위 사진을 얼핏 보면 해질 무렵 귀가하는 농부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앨빈이 여행하는 모습을 담은 것이다. 이 영화의 대부분은 그 과정을 담고 있으며, 미국의 한 영화매체에서는 이 영화를 일컬어 영화 역사상 가장 느린 로드무비라고 소개한 바 있다.

 

목숨을 걸다시피 한 이 여행 도중 어떤 선한 이는 자기 차로 모셔다 주겠다고 제안을 하지만 앨빈은 자신의 힘으로 가겠다며 정중히 거절한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수년 간 멀리했던 형에 대한 속죄의 심정 때문이었으리라. 인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게 된 시점에서 앨빈이 깨닫게 된 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자신이 평생 추구하며 지키려 한 그 무엇이 아니라 가족의 사랑이라는 점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기회가 남아있을 때 과감하게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들 중에 ‘만약 네가 내일 죽는다면 넌 마지막으로 뭘 하고 싶니?’식의 얘기를 나눠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느 자기개발 프로그램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유서를 쓰게 함으로써 각자가 지나 온 길을 성찰하게 하고 남은 날들 동안 소중한 가치를 추구하도록 하는 시간이 있다고 한다. 그간 우리들 대부분은 자신이 지금 하지 않으면 뭔가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일들 때문에 너무나 바쁘고 정신이 없다. 그 가운데 우리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가치는 앨빈이 형과 몇 년간 그랬던 것처럼 접어두고 만다.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기에 앨빈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너무 늦기 전에 그 가치를 향한 최선의 여행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게 되면 알게 될 것이다. 앨빈이 여행 중 마주친 평화로운 들녘과 밤하늘의 별들, 그리고 마침내 형과 만난 그 순간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선택과 행동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것인지를.

 

- 이 영화는 1994년 미국 Iowa 주의 73세 된 Alvin Straight이 뇌졸중을 앓게 된 80세 형을 만나기 위해 잔디깍기 기계를 타고 6주 동안 390km를 여행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Alvin은 2년 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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