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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장애인 이야기-남경욱]미완의 감정 설명서 "인사이드 아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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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0-08-05 오후 8:18:08 |
미완의 감정 설명서 [인사이드 아웃]
남 경 욱 박사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 강사)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함께 놀다보면 강아지가 웃는 것은 아니지만 기쁨에 차있어 보이고, 자기 집 안에 혼자 엎드려 있을 때는 무척이나 쓸쓸해 보일 때가 있다. 애완동물을 키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애완동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하는 호기심을 품어 보았을 것이다. 2009년 미국의 애니메이션 영화감독 Pete Docter는 자신의 딸이 성장하면서 점차 성격이 변화하는 걸 보고 비슷한 생각을 했다.
‘인간의 마음 속에선 도대체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이 의문을 시작으로 감독은 ‘감정의 기제(mechanism)’에 대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결심을 하게 되었고 2015년 드디어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감독 자신이 어렸을 때 부모를 따라 유럽으로 이사했던 경험을 살려서 이 영화는 라일리라는 소녀가 고향 미네소타의 추억들을 간직한 채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한 후 겪게 되는 심리적 어려움을 줄거리의 큰 뼈대로 삼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 과정에서 라일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의 역할을 관객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일리의 머리 속 본부에 존재하는 기쁨(Joy), 슬픔(Sadness), 분노(Anger), 공포(Fear), 혐오(Disgust)의 다섯 감정 캐릭터들이 라일리가 경험하는 외부자극들을 해석하고 기억정보에 영향을 주어 라일리의 기분상태는 물론 성격(personality)과 행동까지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많은 심리학자들로부터 자문을 얻었는데, 특히 미국 버클리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Paul Ekman은 정서가 대인관계에서 반영(mirror)되고 대인관계를 통해 크게 조정(moderate)된다는 신경심리학적 학술성과들을 자문해주었다. 원래 Ekman교수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5개 정서 이외에도 놀람(Surprise)을 더해 6개의 정서를 핵심정서(core emotions)라고 자문했지만 영화의 제작단계에서 그것이 두려움과 너무 유사해 제외시켰다고 한다. 또한 같은 대학의 Dacher Keltner 교수는 슬픔(Sadness)이 인간관계를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조언을 해주어 영화 후반부의 내용구성에 영향을 미쳤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수강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Jean Piaget의 인지발달모형을 기억할 것이다. 사회과학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에 대해 조작적 개념을 통해 모형을 만들어 설명하곤 하는데, 이 영화는 한 소녀의 복잡미묘한 감정과 행동을 딱딱한 이론이 아닌 스토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해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시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의문점이 한 가지 생겼다.
‘인간이 감정의 지배를 받기만 하는 걸까?
주인공 소녀 라일리가 다섯 감정 캐릭터들을 설득하고 때론 명령할 수도 있을 법한데 영화 속 감정들은 경험 그리고 기억과 상호작용할 뿐 이성 혹은 자아의 역할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 학자들조차 정서라는 주제에 대해서 명쾌한 해답은 커녕 합의된 정의조차 내놓기 어려운 형편이라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곤란하지만 우리는 감정의 지배를 받기도 하지만 감정을 이성적으로 조절할 수도 있음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동양의 명상을 비롯해 최근에는 ‘감정연습’ 혹은 감정코칭‘ 등의 자기수련 관련 서적들이 주목을 받고 있음이 그 증거라 하겠다.
서울디지털대 이지영교수는 ‘정서조절: 내 감정의 주인이 되어라’라는 책의 서문을 통해 ‘감정 자체는 개체의 생존과 적응을 가능하도록 돕는 유용한 것이지만 정서를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정서로 인한 영향이 긍정적이 될 수도 있고 부정적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 하고 무시하고 억누른다고 해서 감정이 사라지거나 해소되는 것이 아니며 가슴 한구석에 쌓여 자신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시위하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서를 피하고 무시하고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정서를 적절히 조절하는 능력이라 주장하며, 구체적인 정서조절의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탐구할 수 있도록 시도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한 점이다. 사실, 학자들의 접근은 딱딱하고 복잡한 언어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정에 대한 접근방법이 이 애니메이션과 크게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점은 어떤 접근에서건 우리는 아직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있고 인간은 여전히 신비롭고 매력적인 존재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프랑스의 생물학자 Jean Rostand가 한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이론은 나타났다 사라지지만 개구리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