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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장애인 이야기-남경욱]장애아동에게 친구란? "마이티"
사업영역 [활성] 장애인식개선사업 > [활성] 칼럼/에세이
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8-05 오후 8:16:39

장애아동에게 친구란? [마이티]

 

 

남 경 욱 박사

(단국대 특수교육과 강사)

 

 

 

 

 

 

 

점심식사를 마치고 연구실로 걸어오던 중 한 동료가 질문을 던졌다. 세상을 사는데 필요한 세 가지를 고른다면 무엇을 택하겠냐고? 새삼스런 질문도 아니고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부담없이 대답했다. “첫째는 건강이고, 둘째는 보람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업,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을 갖고 싶다고.

우리 모두는 관계 속에서 살고 있다. 부모자식, 형제, 부부, 애인, 직장동료 혹은 그냥 지인 등 여러 관계 속에서 서로 다양한 역할을 겸하고 있는데, 이 관계들을 따져보면 대부분 운명처럼 시작되어 싫든 좋든 상당 기간을 그 관계의 성격에 걸맞게 반의무적으로 함께 해야 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에 비해 훨씬 더 유연하고 자발적인 인간관계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친구관계다. 친구는 대개 동성의 비슷한 연령대 사이에서 상호 매력을 느낄 때 자연스럽게 맺어지는데 가끔은 국경이나 인종 혹은 성(性)을 초월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어떤 의무나 계약이 아닌 자발적으로 맺어진 관계인만큼 당사자들 중 누구라도 더 이상 그 관계를 원치 않을 때는 손쉽게 끝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특성들 때문일까? 지금까지 필자의 곁에 남아있는 친구들을 떠올려보니 비교적 마음이 통하는 녀석들이다(무엇보다 이렇게 편하게 부를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이 친구들의 주 임무는 재미있는 이야기나 스포츠 혹은 맥주 한 잔을 나누며 필자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것인데, 종종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해 주기도 하고 필자에게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는 자청해서 필자의 자문역을 맡기도 한다. 물론 필자 또한 그들에게 그런 역할을 수행해주는데 서로가 대가를 바라지는 않는다는 경제적 이점 또한 친구관계를 더 특별하게 여기도록 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소리 독자들의 주 관심대상인 장애아동들은 일반 또래들처럼 친구가 주는 혜택을 충분히 누리고 있을까? 필자가 아는 한 장애아동의 어머니는 그간 아이의 행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유일하게 포기한 것이 친구를 갖게 해주는 것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일반 또래들은 다가오지 않았고 자원봉사자나 피고용인들의 경우 도우미와 피도우미 관계 이상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물리적 접촉과 빈번한 활동을 함께 하는 밀접한 관계라 할지라도 당사자 양측의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 변화와 같은 화학작용이 없이는 친구로까지 진전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에 엄마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는 어려웠던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영화 <마이티>에서는 두 명의 장애를 지닌 소년들이 한 명은 신화 속 아더왕이 되어 그리고 또 한명은 그 기사가 되어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13살 소년 맥스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엄청난 덩치와 힘을 가졌지만 살인죄로 수감 중인 아버지와 자신이 가진 학습장애 때문에 다른 아이들의 조롱을 받으며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자기보다 훨씬 작은 케빈이라는 동갑내기가 이사를 왔는데 선천적으로 등이 굽었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지만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똘똘한 아이였다.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도움을 주고받던 두 소년은 마침내 영화 포스터에서와 같이 케빈은 맥스의 머리가 되어주고 맥스는 케빈의 다리역할을 맡아 각자가 가졌던 외로움과 장애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나아가 둘은 서로를 위해 위험도 불사하는 친밀한 사이가 되지만 불행히도 그것이 오래 가지는 못한다. 케빈에게 허락된 지상에서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빈은 맥스의 마음속에 아더왕처럼 큰 존재로 자리 잡게 된다.

착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맥스와 케빈의 아름다운 우정 이야기는 완전할 수 없는 인간들이 어떻게 서로 돕고 정을 나누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왜 장애아동에게 친구라는 존재가 더 중요하고 큰 의미를 갖는지를. 친구는 가족이나 교사 혹은 도우미가 장애아동에게 줄 수 있는 것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는 웃음과 위안 그리고 격려와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존재이자 이 세상을 버티게 해주는 또 하나의 큰 버팀목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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