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라 불리는 사람들의 삶 [뷰티풀 마인드]

남 경 욱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 연구교수

이 영화는 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존 내쉬(John Nash)의 일생을 담고 있다. 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전 학기 장학생으로 카네기 멜론 대학을 졸업했을 때 그의 나이는 20살이었고, 하버드대 대학원에 입학원서를 낼 때 지도교수는 추천서에 단 한 문장만을 써주었다. 

“This man is a genius.(이 사람은 천재입니다.)"

대학원 입학 후 22살에 완성한 박사학위 논문은 고작 28쪽에 불과했다. 박사학위 논문치고 분량이 적다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시장경제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 이론의 불완전성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이 논문은 1994년 그에게 노벨경제학상의 영예를 안겨 주었다. 올해 86세인 그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여전히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존 내쉬의 천재성과 업적이 놀랍긴 하지만 이게 전부라면 그의 일생이 영화로 만들어 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그의 삶에 드리워진 조현병(전에는 정신분열증으로 불렸으나 그 부정적 어감 때문에 2011년 개명됨)이 그의 삶을 한 편의 드라마로 만든 것이다. 30살에 메사추세스 공대(M.I.T)의 종신교수가 되었지만 이듬해인 1959년 발병한 조현병 때문에 교수직에서 물러났고, 이후 10여 년 동안의 긴 세월을 정신병원에서 살아야했던 것이다. 내쉬는 붉은 색 타이를 맨 사람들을 공산주의자라 믿었고 그들이 국가를 전복시키려 한다고 주장하며 실제로 정부기관에 이에 대한 여러 통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가 프린스턴 대학에서 학생들을 다시 가르칠 수 있게 된 건 첫 발병 이후 약 20여 년이 더 지난 1990년대에 이르러서였다. 게다가 1963년 이혼했던 아내와는 38년이 지난 2001년이 되어서 재결합할 수 있었다.

‘천재는 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인들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뛰어난 능력을 가졌기에 항상 대중의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내쉬와 같은 천재가 겪었을 한 인간으로서의 고민과 번뇌는 우리 일반인들이 보기에 배부른 소리였을까? IQ가 200이 넘는 우리나라의 한 천재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세월이 흐른 지금 그가 TV에 출현해 그간 대중의 기대와 몰이해 속에서 유년시절에 받았던 고통을 회고할 때는 큰 안쓰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비슷한 맥락으로 필자는 대학에서 멘사(상위 2%의 지적능력을 가입조건으로 하는 단체)회원인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 회원들은 서로 모여서 지적인 향연을 펼치겠거니’하고 막연하게 상상하고 있던 필자의 기대와 달리 모임을 통해 살면서 경험하는 어려움들을 토로하고 서로 위로하는 시간을 많이 가진다는 것이었다. 그 동안 이 사회는 천재들의 능력만 바라보았을 뿐, 그 능력을 감당해내야 하는 인간은 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특별한 사람들에 대한 시각이 조금은 바뀐 걸까? 얼마 전 IQ180으로 유명한 송유근군이 17세의 나이에 박사학위를 받는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기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송군의 그간 행보보다 더 눈에 띄는 내용이 기사 말미에 있었다. 송군을 지도했던 어느 교수님이 “송군이 빨리 학위를 받아 기록을 세우는 일은 고려하지 않는다. 송군이 충분히 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라도록 격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일도 아닌데 안도감이 들고 미소가 지어졌다. 아마도 송군이 커서 이 사회에 놀라운 기여를 한다면 그것은 좀 더 인간적인 것이 아닐까 기대해본다.

존 내쉬(1928~현재)의 실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