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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장애인 이야기-남경욱]운명을 초월한 도전 "어둠 속의 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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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0-08-05 오후 8:15:57

운명을 초월한 도전 [어둠 속의 댄서]

 

 

 

남 경 욱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 연구교수

 

 

 

 

 

 

 

예전 어느 항공사의 TV광고에는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카피문구가 사용된 적이 있다. 필자는 처음 이 물음을 접했을 때 ‘어디를 가봤니?’도 아니고 ‘까지’라는 보조사가 붙으니 짐짓 도전을 받은 느낌이었다.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과연 내 자신은 지금껏 어디까지, 무엇까지, 어떤 사람들까지 경험해 보았나하는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인생이라는 일정표 없는 여행에서 우리는 과연 어디를 향해 가고 있으며, 그래서 어디까지 가볼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출신이나 능력, 아니면 길들여진 자족의 습관 속에서 너무 어렵거나 피곤하지 않은 선에서 그 여정을 이어나가는 것 같다. 그래서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란다.’라는 어른들의 조언은 참으로 삶의 지혜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번에 소개하는 영화 <어둠 속의 댄서>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며 살고 있던 필자를 무척이나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어린 아들 진을 데리고 체코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셀마는 가난한 공장노동자이다. 그녀는 가족력 때문에 심각하게 시력을 잃어가는 중이지만 낮에는 프레스 기계를 다루고 밤에는 부업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돈을 벌고 있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처럼 시력을 잃게 될 진이 시기를 놓치기 전에 눈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비용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셀마에게는 저축액이 매일 불어나는 것 외에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음악과 춤이다. 공장일을 마친 후 피곤한 몸에도 아랑곳 않고 뮤지컬 공연 연습에 몰두하는 것이다. 그러던 그녀에게 비극이 찾아온다. 경제적 위기에 몰린 집주인이 셀마가 수술비로 모아놓은 돈을 훔쳐갔고 셀마는 돈을 돌려받으러 갔다가 그만 집주인을 살해하게 된 것이다.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셀마, 모아놓은 수술비를 변호사 비용으로 지불하면 사형을 면할 수 있었지만 진의 수술을 위해 그 제안을 뿌리친다. 사형을 당하기 전 셀마를 사랑하는 제프가 “당신처럼 시력을 잃게 될 걸 알면서 왜 진을 낳은거죠?”라고 셀마에게 물었을 때 셀마는 이렇게 답한다.

 

“난 그저 (나의) 아기를 안아보고 싶었어요.”

 

셀마는 자신이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도 시력을 잃게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러한 운명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자신의 아이를 갖고 싶다는 소망을 이뤄냈다. 그 대가로 감당하기 힘든 노동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 고난들을 오롯이 감내해냈다. 그리고 거기에서 머물지도 않았다. 음악과 춤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시력과 처한 여건 어느 것 하나 온전치 않음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셀마는 불운한 운명에 지레 겁을 먹고 자신의 삶을 내어주는 못난이가 아니라 운명의 장벽 너머 자신이 올라가 볼 수 있는 모든 산들을 올랐던 것이다. 셀마가 연습했던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노래가사에는 그런 자신의 인생여정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모든 산을 올라가 보아라. 산이 높은지 낮은지 알아보고, 네가 아는 모든 샛길을 다녀 보아라. 모든 산을 올라가 보고, 모든 개울을 건너 보아라. 그리고 모든 무지개를 쫒아보아라, 네 꿈을 찾을 때까지..."

 

안락함에 젖어 산을 오르는 고난과 개울을 건너는 번거로움을 회피하는데 익숙해진 사람들은 결코 셀마가 자신의 아기를 안아보았을 때 그리고 뮤지컬 공연을 연습하며 느꼈던 희열을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걱정과 두려움에 떨며 도전의 열정이 식은 이들에게 어디선가 읽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죤이라는 사람이 죽어 천국에 갔는데 빨간 리본으로 묶어놓은 상자마다 사람 이름이 적혀 있었고, 그 중에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상자도 있었다고 한다.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물어보니 자신이 살아있을 때 하나님이 주려고 했던 많은 복들인데 열어보지도 구하지도 않아서 그대로 천국의 창고에 쌓여있었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안일했던 지난 날들을 반성하며 앞으로 ‘어디까지 가봤니?’라고 누군가 물을 때 웃으면서 ‘다 가봤어!’라고 대답할 날이 오기를 다짐해본다.

 

 

* 셀마역을 맡은 비욕(Bjork)은 독특한 음색을 가진 아이슬란드의 국보가수이다. 이 영화에서 실제 인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뛰어난 연기를 선보여 2000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수많은 영화제의 수상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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