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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장애인 이야기-남경욱] 아직은 현실이 되지 않은 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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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8-05 오후 8:13:55

아직은 현실이 되지 않은 요일 [제8요일]

 

 

 

남 경 욱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 연구교수

 

 

 

영화 제8요일 포스터 이미지

 

 

 

이 영화를 보신 분들과 얘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먼저 이 영화의 줄거리를 A라는 사람으로부터 들어보자.

 

A: “한 장애인이 시설을 뛰쳐나와 낯선 이에게 빌붙어 그 사람의 집, 신발가게, 도로, 클럽 등 가는 곳마다 폐를 끼치더라. 급기야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장애인들을 선동해 공공의 질서를 파괴하며 난장을 부리더니 결국엔 건물 위에 무단 침입해 환각에 빠져 투신자살하더라.”

 

 

A는 뉴스 기사문처럼 정확하게 내용을 요약했다. 그러나 이게 이야기의 전부일까? 이번에는 B로부터 얘기를 들어보자.

 

B: “주인공 조지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 조지는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사람들을 좋아했어. 아이처럼 장난치는 걸 좋아하고, 대자연과 호흡할 줄 알고, 여인과 사랑도 나눠보고 싶었지. 하지만 세상은 그를 철저하게 거부했어! 결국 조지는 현실세계를 떠나 그토록 그리던 엄마 품으로 가버렸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리라는 동행인이 조지와의 만남을 통해 가족의 사랑을 되찾게 되었다는 거야.”

 

B는 조지의 입장에서 이 영화의 이야기를 묘사해주고 있다. 두 사람의 얘기 중 틀린 이야기는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하나의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측면을 말해주고 있다는 것 뿐이다.

 

 

만일 당신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면 사람들이 어떻게 얘기해주길 바라는가? 그리고 어떠한 접근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 될 것 같은가? 우리는 기존의 법과 질서, 공리주의적 시각과 논리도 존중해야 하겠지만 발랄한 상상력과 유머, 사람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세상은 한마디로 살고 싶은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 영화제목을 보고 떠오른 것들이 있다. 에리히 캐스트너의 동화 [5월35일] 그리고 조앤롤링의 [해리포터] 속에 등장하는 킹스크로스역 플랫폼 9 3/4이다. 둘 다 제8요일처럼 현실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그것들이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현실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인류가 상상력을 발휘하고 꿈꾸며 시행착오를 통해 건설해낸 유무형의 산물들을 일컬어 문명이라 하고 현재까지의 상태를 현실이라 부른다. 장애인과 관련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살펴보자. 다수집단인 일반인들은 시각장애인과 지체장애들을 위해 건축물에 몇 가지 장치들을 해주고 있으며, 무형의 서비스들도 추가되고 있다. 그러나 지적장애인들이 숨쉬고 활동할 공간은 아직 찾기 어려운 것이 바로 현실이다. 이렇게 비장애인이 지적장애인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 세상에서 자신들이 만든 잣대로(다분히 경제적 행위능력의 잣대) 지적장애인들의 가치를 따지고 그들을 소외시키는 것은 넌센스 아니면 폭력이라 할 것이다. 마치 내가 믿지 않는 종교세력이 세상을 장악한 후 나에게 개종을 강요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제 세상이 조지와 함께 할 수 있는 그리고 우리도 아리처럼 다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자.

 

현재 우리에게 8요일이 있는가? 한마디로 말해서 “없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8요일을 꿈꾸지 않았고 그래서 만들지도 않았다. 그러나 우리의 상상 속에서는 9요일뿐만 아니라 13월도 가능하다.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비행기처럼 한때 사람들의 상상속에나 있던 것들이 어느 순간 현실이 되어 우리 삶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걱정을 지우지 못할 것이다. 어차피 적자생존이 대자연의 법칙이라고 말이다. 그런 분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장애를 갖고 태어난 동물들은 대개 자연도태 되지만 인간만큼은 그러한 자연의 섭리를 넘어 자신들의 문명을 건설해 왔다고. 그래도 공감이 안되는 분들에게는 이런 얘기도 해드리고 싶다. 누가 당신에게 내일부터 코끼리와 함께 살라고 한다면 코웃음칠 일이지만 코끼리와 함께 지내는 인도사람들을 생각해보면 그다지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말이다.

 

꿈은 공허해보일 수 있지만 인간이 품었던 꿈의 산물이 지금의 현실이다. 오히려 꿈 없는 현실이 더욱 비참한 것이다.

 

우리는 그간 아리처럼 정신없이 뛰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이제는 더 이상의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데 대부분 공감한다. 쳇바퀴 같이 매일 반복되는 아리의 삶과 다를 바 없는 현실의 체계들을 더 견고하게 손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인간다운 세상, 조지의 환상과도 같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초부터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잃어버렸던 인간중심의 소중한 가치가 다시 우리 삶의 중심에 자리잡게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그렇게 될 때 우리는 어느 순간 달력에서 제 8요일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조지가 엄마를 그리워하면서 들었던 루이스 마리아노의 노래 ‘Maman la plus belle de monde(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엄마)’를 들으며 잠시 지친 마음을 달래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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