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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장애인 이야기-남경욱]진정한 성공을 보여준 [홀랜드 오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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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8-05 오후 8:12:02

진정한 성공을 보여준 [홀랜드 오퍼스]

 
 

남 경 욱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 연구교수

 
 
영화 홀랜드오퍼스 포스터

 선생님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은 제법 있다. 언뜻 떠오르는 것만 꼽아도 ‘언제나 마음은 태양’(To sir with love, 1967),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90), ‘위험한 아이들’(Dangerous minds, 1995), 그리고 ‘와룡선생 상경기’(1962), ‘두사부일체’ (2001), ‘선생 김봉두’(2003) 등이 있다. 이런 영화들은 대개 특정 사건을 중심으로 선생님의 사랑과 헌신을 그려내곤 하는 데 반해, 이번에 소개하는 1995년 작 ‘홀랜드 오퍼스’(Mr. Holland's opus)는 선생님 자신의 인생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 조금 색다르게 다가온다. 제목을 우리 말로 번역하면 ‘홀랜드 선생님의 작품’ 정도 되겠다.

 

 주인공 홀랜드는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평범한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원래는 떠돌아 다니며 밴드에서 연주를 했었지만 생계문제로 인해 음악교사 일을 시작하게 된다. 별 생각없이 뛰어든 교직의 세계에서 교장선생님은 그에게 이런 조언을 한다.

 

 “교사들 중에는 지식을 전달하는데 그치는 이들이 있지만, 학생들에게 나침반이 되어주는 이들도 있다고...”

 홀랜드는 과연 어떤 교사의 길을 선택했을까?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이 이야기는 선생님의 인생이 담긴 긴 내용이다.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사건들이라 그다지 흥미롭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 공감이 간다. 일례를 들면, 다른 교사들이 이런저런 눈치를 보거나 무시했던 문제들을 홀랜드는 과감히 실천에 옮긴다. 학생들이 음악을 마음으로 즐길 수 있도록 수업에 변화를 주는 것은 물론, 수 년째 클라리넷 소리 한 번 제대로 못내던 학생을 위해 기꺼이 그만의 연주법을 찾아내도록 돕는다. 또 진학문제가 걸려 있던 체육특기자 학생을 도와 위기에서 탈출시킨다. 비록 자기 자신의 음악을 만들겠다던 그의 꿈은 계속 미루어졌지만 학생 한 명, 한 명의 인생은 그로 인해 살아나고 있었다.

 

 그렇다고 영화에서는 그를 마냥 타에 모범이 되는(?) 인물로만 그리지는 않는다. 가정보다 학교일을 우선시 한다는 가족의 불만에 홀랜드는 화를 내거나 도피하는 방법밖에 알지 못했고, 심지어 음악에 재능있는 한 여학생의 사랑고백에 잠시 흔들리기도 한다. 자신에게 영웅이던 비틀즈의 존 레넌이 사망했을 때는 큰 슬픔에 빠지면서도 정작 청각장애를 지닌 아들의 마음은 살펴주지 못하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나중에 음악을 통해 화해되긴 하지만). 우연히 시작된 교사의 길 위에서 30년 동안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 그는 시작이 그랬던 것처럼 우연한 계기로 교단을 떠나게 된다. 그런 선생님을 위해 제자들은 비밀리에 환송회를 준비한다. 그에게 클라리넷 지도를 받았던 학생은 이제 주지사의 신분이 되어 연단에서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은 자기 자신의 인생에 대해 후회하실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제나 교향곡을 작곡하셨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죠. 그러나 홀랜드 선생님은 부와 명성은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성공을 이루셨어요. 주위를 둘러 보세요.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선생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사람은 없어요. 선생님 덕분에 더 나은 사람이 되었지요. 우리들이 바로 선생님의 교향곡입니다. 우리들 모두가 선생님 작품(opus)의 멜로디이자 음표에요. 우리가 바로 당신 인생이 만들어 낸 음악이에요.”

 

 포스터 속 모습처럼 홀랜드는 젊은 시절 가득 차있던 자신의 에너지를 학생들을 위해 전부 사용한 것이다. 이제 자신은 투명인간처럼 사라지지만 제자들이라는 멋진 작품을 이 세상에 선사한 것이다. 제자의 말대로 그는 진정한 성공을 거둔 것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수재로 태어나지 않았고 어느 한 구석 눈에 띄는 자질을 가진 것도 아니다. 홀랜드처럼 그저 보통사람들 중 한 명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이 진정으로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나아가 성공의 노하우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보잘 것 없어 보이고 많은 보수가 따르지 않는다 해도 너무 실망하거나 노여워해서는 안 될 것이다. 눈을 감고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가치를 따져보자. 그러면 우리 자신이 그동안 만들어냈던 많은 숭고한 가치들을 너무 모르고 지나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우리는 대개 사람을 살리고, 먹이고, 키워내고, 행복하게 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보통의 사람들이 하는 ‘특별한’ 일인 것이다.

 

 불행히도 지금의 사회 시스템은 이 다양하고 소중한 가치들을 부 혹은 명성이라고 이름붙은 용광로에 녹여 버리곤 한다. 그래서 우리들 모두가 획일화되고 부와 명성에 의해 재단되어 버린다. 지금 우리는 그 결과를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바로 세월호 사건이 그것이다. 생명이라는 최우선 가치보다 돈을 우선시한 점, 각자가 맡고 있는 일의 소중한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 점, 경제논리에만 충실한 사회 시스템 등. 이 참사의 비중에 비해 그 해결책이 먼 곳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화려하지 않지만 자신에게 맡겨진 책임과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한 홀랜드 선생님의 삶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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