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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고정욱] 자살자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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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7-16 오전 10:27:18

자살자 카페

 

 

고정욱 작가

 

 

구치소에 수감자가 하나 들어왔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그는 죄수라고 하기에는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풀 한 포기, 곤충 한 마리 꺾거나 죽이지 못할 것 같은 청년이었다. 온몸은 바싹 말라 건드리면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

 

“죄목이 뭐야?”

 

먼저 들어와 있던 우락부락한 형사범들이 그에게 물으니 그 청년은 두려워 떨었다. 나중에 청년의 죄목을 알고 이번엔 감옥 안의 죄수들이 경악했다. 그는 무려 12명의 사람을 죽였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가 직접 죽인 건 아니었다. 죽도록 만들었을 뿐이니까.

 

그 청년은 인터넷 사이트에 자살자 카페를 만들었다. 카페를 만든 뒤 그 카페의 팔로워들을 모으고, 정보를 수집했다. 자연스럽게 자살자 카페는 자살을 조장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들로 하여금 자살을 하는 방법, 자살하는 장소, 그리고 혼자서는 두려운 자살을 함께 할 동반자들을 모아주는 역할을 했다. 4년 동안 그는 집밖에 나가지도 않고 은둔하면서 그 카페를 운영했다. 그 회원 가운데 무려 21명이 자살을 시도했고 12명이 성공해서 안타깝게도 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 카페의 운영자인 그 청년조차 자살을 꿈꾸는 외로운 늑대였다.

 

요즘 나는 전국에 강연을 다니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강연에 열광하는 것을 본다. 직장인인 그들은 낮에 힘들게 일한 뒤 저녁 때 쉬지도 않고 또 다시 강연 장소를 부지런히 찾아오는 것이다. 무슨 일로 이렇게 강연을 찾아다니느냐고 나는 가끔 그들에게 묻는다. 공부라면 지겹게 학교에서 하지 않았느냐며.

 

그들의 대답은 아니라는 거다. 직장에서 대화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자신들의 갈증을 채우고 싶다는 말을 듣고 난 반문했다.

 

“아니, 직장동료들이 있지 않아요?”

“직장동료와의 대화는 영혼이 없어요.”

 

그렇다. 직장에서 주고받는 대화도 다 업무에 관한 것들이다.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대상이 없는 외로움과 홀로 있음이 두려워 사람들은 강연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강연 열기가 전국을 강타하는 것이리라.

 

누구 하나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현대인의 삶. 과연 이것이 옳은 것인가.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두렵고, 누군가 말 걸어오면 움츠러드는 현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더니 어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진정한 사회복지는 장애인이나 노약자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장애를 다소나마 갖고 있는 존재가 아니던가. 그들에게 다가가 말 걸고 혼자 있지 않음을 느끼게 해주는 거다. 눈에 드러나는 장애만이 문제가 아니다. 고립되어 있고, 이 사회에 참여하지 못하며 활동이 어려운 자들도 큰 범주에서 보면 장애인이 아니던가.

 

자살자 카페를 만들었던 그 청년은 수감된 뒤 오히려 거식증도 없어지고 체중도 늘었다고 한다. 함께 있는 수감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어서이다.

 

외로운 당신, 지금이라도 마음을 열고 소통해야 할 것이다. 바로 내 곁의 사람과.

 

 

 

 작가 고정욱  

 
*성균관대학교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 1급 지체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장애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선험’이 당선되었고, 장편소설 ‘원균 그리고 원균’이 있다. 장애인을 소재로 한 동화를 많이 발표했다. 대표작으로《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의 일기》가 있다. 특히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 선정도서가 되기도 했다. 현재 활발한 강연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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