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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장애인 이야기-남경욱]깨어있음의 소중함을 보여준 영화 "Awaken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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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0-08-05 오후 8:17:21

깨어있음의 소중함을 보여준 영화 [Awakenings]

 

남 경 욱 박사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 강사)

 

 

 

[영화칼럼]깨어있음의 소중함을 보여준 영화

 

 

 

“당신은 지금 깨어있습니까?”

 

동료 한 사람에게 이 질문을 던지자 ‘도대체 무슨 답을 듣길 원하나요?’라는 표정을 지으며 필자를 쳐다본다. 사실 꼭 답을 듣고 싶어서 물어본 건 아니었다. 이런 선문답식 말 걸기를 한 이유는 이번에 소개하는 영화 에 담겨있는 메시지에 대한 생각들을 나눠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국출신의 의사이자 작가인 Oliver Sacks의 1973년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작가 자신과 환자들과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과연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는지 들여다보도록 하자.

 

말콤 세이어 박사(로빈 윌리암스)는 뉴욕의 한 병원에 새로 부임했다. 그가 맡게 된 환자들은 자기 의지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거나 심한 경우 혼수상태로 수십 년을 병원에서 살아 온 이들인데 그 증상이 매우 심각하고 만성적이라 병원에서는 돌봐주는 정도의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이어 박사만큼은 포기하지 않고 치료법 개발을 위한 연구에 몰두했다. 그러던 중 환자들 모두가 1915~1926년 사이 유행했던 기면성뇌염(lethargical encephalitis)을 앓았다는 공통점을 발견해냈고, 우연히 알게 된 파킨슨병 치료신약 L-Dopa에 희망을 걸고 자신의 환자들에게 적용해보기로 결정한다.

 

결과는 기적과도 같았다. 수십 년간 잠들어 있던 그들이 깨어난 것이다. 숨만 붙어있을 뿐 전신이 마비되어 있던 환자들이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도 나눌 수 있을 만큼 증상이 호전된 것이다. 환자들 중에는 11살 때 잠들어 이제는 40대가 된 레너드(로버트 드니로)도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약효는 오래 가지 못했다. 그들은 채 몇 개월도 안 되어 심한 경련과 인지·정서적 문제들 그리고 마비의 증상들이 나타났고 약의 용량을 늘여도 더 이상은 처음 투약했을 때와 같은 효력을 볼 수가 없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기적의 언저리까지 갔다가 되돌아 온 영화 속 인물들을 관찰하면서 필자는 그 환자들이우리 자신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환자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질환 그리고 잠시의 깨어남 그 어느 것도 그들의 의지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타의(?)에 의해 태어났다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다시 잠들 수밖에 없는 모든 인간의 숙명이 머리 속에서 교차되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수십 년의 시간을 침상에 누워 식물인간처럼 지냈던 레너드가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 짧은 기간 동안 보여 준 행동들이다. 그는 세이어 박사와 함께 세상구경을 다니며 즐거워했고,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성에게 사랑의 감정을 갖고 적극적으로 다가가기도 했다. 병원 측에서 보호를 이유로 환자들의 단독활동을 제약할 때는 환자들을 선동해 강하게 저항했고, 자신의 몸에 경련증세가 찾아왔을 때에는 치료법 개발을 위해 그런 자신의 모습을 촬영해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레너드는 그가 깨어있는 동안 자유를 한껏 누리려 애썼고, 사랑에 주저하지 않았으며, 자신처럼 불행한 이들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용기를 보여 준 것이다.  

 

영화의 막이 내린 후 두 가지 생각이 필자의 머리를 차례로 스쳐갔다. 그 하나는 매일 깨어 활동할 수 있는 우리들이 그 시간들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 고민을 하기에 앞서 우리가 진정으로 깨어있기는 한 건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는 분명 깨어있는 상태에서 활동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습관에 의해 사는 건 아닌지, 고민이나 깨달음도 없이 도덕률에 순종하며 자신이 선하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권위와 돈에 지레 겁먹어 강자의 눈치만 보면서 사는 건 아닌지, 사랑과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고 남에게 베푸는 일에는 게으른 건 아닌지. 자신의 행복에 대한 무한추구와 공동체의 행복에 대한 무관심이 공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등 깨어있다고 하지만 깨어있음의 존엄성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흔해 보인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은 분명 깨어있습니다. 그런데 진정 깨어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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