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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신현기]장애아동 부모의 자기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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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7-16 오전 10:11:38

장애아동 부모의 자기 힐링

 

 

신현기

(단국대 특수교육과 교수; 한국특수교육학회장)

 

 

모래사장 하트그림

 

 

한 여인이 아들을 들쳐 업고 부처에게 찾아왔다. 등에 업힌 숨 떨어진 죽은 아들을 살려 달라고 애원을 한다. 그 아이는 이미 숨이 떨어진 상태였다. 세상에서 가장 절망적인 경험이 어린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참혹한 근심을 얻는다 해서 참척(慘慽)이라고 표현한다. 어떤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반감되는 것에 비해 자식을 상실하면서 생긴 고통은 치유가 안 되는 낙인이 되어 부모들을 자학하게 만듦을 의미한다.

  그 고통을 아시기에, 그 여인을 치유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처님은 그 여인에게 마을에 들어가 가족이 한 사람도 죽지 않은 집을 찾아 그 집에서 겨자씨를 얻어 오도록 했다. 그러면 살려주겠다고 한 것이다. 여인은 뛸 뜻이 기뻐하며 마을로 달려갔다. 그 동네는 겨자씨가 풍성한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이 흘렀고 중천에 떠 있던 해가 서쪽 하늘로 질 때까지 겨자씨를 얻질 못하였다. 가족이 죽은 적이 없는 집은 단 한 집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부모가 죽었고, 어떤 사람은 아내가 죽었으며, 어떤 사람은 자식이 죽었다. 결국 그 녀는 마지막 집을 허탈하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빈손으로 돌아온 여인을 본 부처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알겠느냐?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고, 이길 수도 없다. 인간은 누구나 죽어야 하기에…”

 

  그러나 장애아동 부모들의 경우 장애자녀를 양육하는 고통이 참척(慘慽)보다 더 고통스러운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왕왕 있다. 장애자녀가 성인이 되면 부모는 노년이 된다. 자신을 관리하기도 힘들어 진다. 따라서 일생을 염려 가운데 생활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장애아동 부모의 우울증은 날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일찍이 1980년대부터 장애부모들 사이에서 유행되던 슬픈 조어(造語)가 있는데 “축 사망(祝死亡)”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고통과 어려움을 견디려면 부모들 스스로 자기를 달래고 위로하는 힐링(Healing)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한다. 날마다 밖으로 나아가 햇볕을 쪼여야 하고, 자연과 일체가 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하며, 운동 또한 지속적으로 하여야 한다. 자기 안에 품고 있는 쓴 뿌리가 나를 괴롭히고 주변의 사람을 괴롭히게 되기에 그것을 제거하여야 한다.  

  자녀는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 나에게 잠깐 맡겨진 아이임을 인식하는 종교적 사유를 하여야 한다. 그 아이는 불행의 단초가 아니라 축복의 통로라는 생각을 가질 때 가족 모두의 삶이 회복된다.

  우리가 잘 아는 핸리 나우웬 신부는 하버드대학에서 영성신학을 가르치는 교수였다. 그가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여러 가지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신지체인의 공동체 마을인 라르쉬에서 생활하려고 그곳을 찾았다. 그곳 입구에서 정신지체 청년과 마주쳤다. 그 청년은 나우웬교수에게 “아저씨 누구세요?”라고 물었다. 자기는 하버드 대학에서 영성신학을 가르치는 교수라고 소개 했다. 그러자 “하버드대학이 뭐예요?”라고 물었다. 세계적 명문대학으로서 인재들의 등용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또 “왜 사람들은 하버드대학에서 공부를 해요?”라고 물었다. 나우웬교수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순간 하늘로부터 깨달음을 얻었다. 그 깨달음의 내용은 “나는 오늘 이곳에서 기이한 체험을 하고 있다. 정신지체인 저들은 나의 대한한 업적을 모르고 있다. 그저 헨리 나우웬으로 대할 뿐이다. 내가 하버드대학 교수로 불릴 때는 우울증을 앓았다. 그러나 헨리로 불릴 때 위로를 받았다. 나는 깨달았다. 신(神)이 인간을 대하는 방식이 저들이 나를 대하는 방식과 똑같다는 것을 말이다”

  국가와 지역사회는 여러 가지 형태의 교육 및 복지프로그램을 통하여 장애인 가족을 지원하여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부모 스스로 자기 힐링을 통하여 가족의 회복탄력성을 갖추도록 하여야 한다.

  힐링은 채울 때보다 비워낼 때 생긴다. 모든 진리는 비워내는 것에 대한 가르침이다. 우리의 숨쉬기를 호흡(呼吸)이라고 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비워내는 날숨이 먼저이고 들  숨이 나중이다. 비워낸 자리에 감사의 열매가 채워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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