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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전진호] 발달장애인 일자리 유행과 바람
사업영역 [활성] 장애인식개선사업 > [활성] 칼럼/에세이
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7-16 오전 9:43:04

발달장애인 일자리 유행과 바람

 

 

 前 편집국장      전진호

(웰페어 뉴스 / 복지TV)

 

 

 

 

얼마 전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님과 이야기 나눌 일이 있었습니다. 현역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제주에 내려온 지도 어언 3년째인지라 장애계 돌아가는 소식도 궁금하고 어떻게들 살고 있는지 알고 싶어 이것저것을 여쭸더니 ‘협동조합’과 ‘바리스타 교육’ 말씀을 하십니다.  어떤 연유로 바리스타와 카페가 유명세를 떨치게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많은 발달장애 자녀와 부모님들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후 뜻 맞는 분들이 모여 자본을 만들어 카페를 열거나 오픈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게 최근 추세인 듯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제주도는 ‘카페의 천국’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커피 맛으로 승부하며 인기를 끌던 커피숍이 상당히 많은데 최근에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답니다. 최근 들어 유명 대기업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입점공세와 임대료 부담 등으로 힘들어하다 문을 닫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바리스타가 발달장애인 새로운 직업군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며 문득 2000년대 초반의 부모님들이 떠올랐습니다.  우리 아이가 생활하기에 좋은(?) 생활시설을 찾거나 직접 운영에 뛰어들던 부모님들이 생각을 바꿔 뜻과 의지를 모아 직접 세차장을 운영하거나 폐지를 줍고 농장을 만드는 게 유행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쯤 사회적 기업 설립이 붐을 이뤘고, 고용 장려금이 반 토막 돼 집으로 되돌아갔던 이들이 대거 유입되기도 했었죠. 한동안은 ‘공공기관 장애인제품 우선구매’ 제도를 활용해 복사용지를 제조하는 업체나 세탁이나 청소를 대행해 주는 회사도 인기를 끌었고 제과 제빵도 한동안 유행했습니다.  

 

하지만 모범사례로 꼽을만한 회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지원금이 끊겼다는 이유로, 업무효율성이 낮다는 이유 등으로 대부분이 문을 닫거나 업종변경을 했고, 치열한 생존전략을 펼친 몇 곳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제주에도 아주 괜찮은 발달장애인이 중심이 된 카페가 성업 중이긴 하나 이런 예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제주의 영세 자영업자들처럼 자본의 논리에 밀려 사장되는 건 아닐까 우려스럽습니다.

 

작은 카페나 식당이든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이든 창업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부모님들이 그 고행의 길을 자초해 걷고 있는 이유는 ‘비장애인도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서 그나마 직업조차 없으면 어떻게 살아가겠냐’는 고민 때문이겠죠.

 

그러나 회사를 만들거나 카페나 음식점 등을 창업해 당장의 일자리가 해결된다고 풀릴 문제일까요.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을 민간(발달장애 부모 당사자)에서 떠안아 발버둥 친다고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안 돼 아이를 위해 자본을 투자할 상황이 안 되는 대다수의 아이들은 시설 외에는 선택할 길이 없는 점도 문제고요.

 

‘발달장애인 균도와 세상걷기’로 유명한 이진섭씨와 이런 문제를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균도씨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돈을 벌어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고행에 가까운 발걸음을 옮기며 대중운동에 집중하는지에 대해 여쭸더니 “내가 아무리 애를 써봤자 환경이 바뀌지 않는 이상 우리 균도는 대중들 속에서 살기 힘들다.”며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한다 하더라도 수십억 원의 돈을 벌 능력도 안 되고, 차라리 조금씩이나마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씀 하십니다.

사회적 기업이든 협동조합이든 부모 사후의 지속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균도씨와 같이 중증장애로 인해 마땅한 직업군조차 없는 이들도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지역사회를 바꾸고 제도를 고쳐나가는 일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물론 모두가 균도 아빠와 같은 ‘투사’가 될 수는 없습니다. 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간 경험하셨다시피 발달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바뀌고, 부모가 없더라도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고 노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십여 년 전의 부모님들이 그랬듯 없는 돈을 모으며 피눈물을 쏟아야 하고, ‘어디 좋은 아이템이 없나’ 두리번거려야 하는 일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거리로 나가 목소리 높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함께 하지는 못할지라도 여력 되는대로 응원하고 지지하고 힘을 보탰으면 합니다.

 

사실은, 내 아이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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