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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 땅의 ‘균도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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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간 (사업내용 개발 후 작업 예정)
등록일 2020-07-16 오전 9:44:05

이 땅의 ‘균도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전진호 前 편집국장

(웰페어뉴스 / 복지TV)

 

 

균도와 세상걷기 중인 균도군과 균도아버지

사진출처: 균도와 세상걷기 다음블로그(http://blog.daum.net/ljs518/16816980)

 

 

이균도씨가 주간보호센터에서 쫓겨났습니다. 이유는 과잉행동. 이미 지난해 가을 과잉행동으로 한차례 퇴소권고를 받았지만 이번엔 진짜 쫓겨나게 된 겁니다. 부드럽게 표현하자면 ‘계약 시 명시된 귀책사유 위반에 의한 계약종결’ 정도 될까요. 아무튼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120kg의 거구의 성인이 사회에서 가정으로 돌아가게 된 것입니다.    

 

장애인 주간보호시설의 정의를 잘못 알고 있나 싶어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을 찾아 봤습니다. 표현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장애인을 주간에 일시 보호하여 장애인에게 필요한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라고 정의 돼 있더군요. ‘보호’의 대상이 관리하기 편한(경증) 이들로 한정 지어진 것은 아닐 텐데 어쩌다 균도씨는 쫓겨날 수밖에 없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이진섭씨에 따르면, 그날따라 기분이 업된 균도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옆에 있는 친구를 책으로 때렸고, 1시간도 안 돼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답니다. 이유는 ‘폭력성이나 과잉행동이 심한 이용자는 이용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라는군요. 폭력행위를 저지른 균도씨가 원인을 제공한건 사실입니다만 이에 대한 책임이 이용자보다 장애인 주간보호시설에 더 크게 있는 특성을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 없더군요. 중증의 장애가 있는 이를 우선 선정한다면서 폭력성이나 과잉행동이 심할 때에는 퇴소 조치한다? 이 조항을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관리자 중심의 행정이라고 하던가요.  

 

그렇다고 장애인 주간보호시설 측 입장도 이해 못할건 아닙니다. 2015년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에 명시된 ‘주간보호시설 인력기준’에 따르면 시설장 1명, 사회재활교사는 이용장애인 4명당 1명, 시설운영에 필요한 기능직 1명을 배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상당한 주간보호시설이 이 규정을 부득불 어기고(?) 있습니다. 기준에 맞게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게 아니라 예산에 맞게 책정해주기 때문이죠. 인력을 더 쓰자니 사용자 이용비를 올려야 하는데 이건 어렵고, 시설 측도 답답할 겁니다.  

 

내 새끼를 혼자 돌보는 것도 힘든걸 생각한다면 1명의 사회복지사가 7~8명, 많게는 15명 내외를 ‘보호’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어렵기 때문에 그나마 관리(?)가 편한 경증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을 테고, 혹시나 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관에서 책임지지 않기 위해 (납득할 수 없는) 이런 조항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부모님 입장에서야 그나마 어디냐는 마음에 부당한 조항임에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을 테고요.  

 

균도씨가 퇴소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같은 상황에 처한 ‘균도들’은 얼마나 될까, 궁금해 여쭸더니 아직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뤄진 것은 없는가봅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분들이야 자비량으로 활동보조인을 붙이거나 다른 방안을 모색하겠지만, 아닐 경우는? 지금 한국사회에서 ‘균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라고는 가정이야 깨지든 말든 가족들이 알아서 해결하거나 ‘거주시설행’ 밖에 없지 않을까요.  

 

단초를 제공한 국가는 쏙 빠진 채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으로 번지면 어쩌나 걱정도 됩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을 두고 볼 수는 없는 일, 이참에 해결방안을 찾아봤으면 합니다.  더 많은 장애인 주간보호시설이 생기고, 법 규정에 맞는 인건비를 제공한다면 문제는 손쉽게 풀릴 수 있습니다. 또 발달장애가 있는 이들을 위한 자립생활센터나 평생교육센터, 중증의 장애가 있는 이들도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는 직업학교가 많이 생겨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최소한이나마 활동보조서비스를 현실화 해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면 부족한 사회재활교사의 보조를 할 수 있을 텐데... 이조차 꿈같은 이야기일까요.  

 

이번 일을 계기로 균도 부자는 다시 거리로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주간보호센터나 단기보호센터 이용자가 폭력성이나 과잉행동을 저지를 경우 제한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생각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도 하셨답니다.  이번 ‘균도와 세상걷기’는 어떤 자취를 남기게 될까요. 그 발걸음이 균도의 한풀이로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같은 이유로 피눈물 흘렸을 이 땅의 ‘균도들’이 모이고 그들에게 의지와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어려운 근무여건 속에서 오늘도 애쓰고 있는 사회복지사들도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근무환경을 탓하지만 말고 함께 바꿔보자는거죠.  

 

함께 힘을 모으고 뭉쳐 헤쳐나간다면 지금은 보이지 않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요. 이 땅의 모든 ‘균도들’이 차별받고 소외받지 않기 위해 뜻과 의지를 함께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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